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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인턴기자 redin4u@naver.com
‘어느날 내 블로그가 날라간다면?’..정보 이주권 논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급작스런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네티즌들의 대책 커뮤니티 게시판 ©뉴스미션

지난 1월 27일, 회사원 김모씨(26)는 퇴근 후 늘 하던 대로 컴퓨터를 켜 블로그 사이트인 ‘온블로그’에 접속했다. 하지만 ‘접속자가 많아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뜰 뿐 제대로 로그인할 수 없었다.

첫날은 ‘이러다 말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보름째 같은 현상이 지속되자 김씨는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온블로그에서 운영중인 자신의 블로그에는 2003년부터 4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자신의 기록들과 블로그를 통해 만들어진 사이버 인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불안은 적중했고, 결국 온블로그는 그 뒤로 다시 열리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온블로그 이용자들과 힙을 합쳐 블로그의 데이터만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소중한 기록과 데이터들을 하루 아침에 모두 잃은 김씨는 “이젠 글을 쓰는 것조차 싫어졌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보재산권 침해 사례 적지 않아

김씨의 경우처럼 개인의 ‘정보재산권’이 인터넷 업체에 의해 침해당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영세 업체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일기장 서비스를 주도했던 ‘일기나라’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며 40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의 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져버렸으며, 지난해 ‘오르지오 메일’이라는 사이트가 서비스를 중단하며 200만 회원들의 이메일 자료가 증발해버렸다. 또한 800만 회원을 거느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털사이트 ‘네티앙’도 전격 폐쇄되며 이메일 자료는 물론 수만원대의 사이버머니까지 날린 피해자들이 양산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자들을 구제해 줄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나름대로 피해대책 커뮤니티 등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데이터 복원 요구 등의 대처 방안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소할 곳 없는 네티즌들이 소비자보호원에 도움을 청해 봐도 별 뾰족한 수는 없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해당 업체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서비스가 중단됐을 경우 이용자들이 공동 부담으로 비용을 처리하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며 “더욱이 무료서비스일 경우 사업자의 도의적인 책임은 권고할 수 있으나 위법행위로 처벌할 순 없다”고 밝혔다.

‘정보 이주권’ 보장 시급해

▲空約(공약)된 약관 - 지난 1월 문을 닫은 이 업체는 ‘지속적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1주일간의 공지도 하지 않았다 ©뉴스미션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 사태의 예방 및 구제를 위해 자신의 블로그ㆍ홈피에 올린 데이터들을 자유롭게 백업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소위 ‘정보 이주권’으로 대표되는 네티즌 권리보장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는 “정보 이주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회원 이탈을 막기 위해 데이터 백업 장치를 마련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경영 악화로 사이트가 문을 닫을 경우 소중한 데이터들을 허망하게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네티앙 사태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이용자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이는 사후 보장 장치일 뿐”이라며 보다 중요한 데이터들의 안전을 위해 ‘데이터 백업 장치 의무화’나 ‘사이트 폐쇄 및 정책 변경 시 사전 공지기간 의무화’ 등의 제도적 대안을 제시했다.

제도적 대안 모색과 더불어 포털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네티즌들의 정보 이주권 행사에 협조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보 이주권 보장을 위해 직접 ‘블로그 포장이사’ 서비스 ‘프리덤’을 개발한 김지한 씨는 “인터넷 업체들의 배타적인 태도에 의해 네티즌들의 합법적인 저작권 행사 경로가 차단돼 있다”며 “네티즌들이 이를 공론화시켜 업체들의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들의 콘텐츠에 대해 업체 측은 사용권만 있다는 것과, 사용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회사가 즉시 저작물을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저작권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용약관에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네티즌들의 권리를 상당히 진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ㆍ자율적 방안 모두 여의치 않아

하지만 이 같은 대안들이 현실화되기엔 아직 힘들어 보인다. 제도적 방안과 자율적 방안 모두 현재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포털이용자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주미진 씨는 “정보 이주권은 반드시 필요하며 앞으로 더 중요해질 권리지만 제도를 만드는 정치권에서는 아직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적 대안 실현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네티앙 사태로 인해 한때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금전적 피해가 아닌, 데이터 보호와 정보 이주권 보장에 이르려면 멀었다는 것이다.

포털의 자율적인 정보 이주권 보장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부분의 포털이 정보 이주권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회원 이탈’이라는 문제 때문에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이다.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한 관계자는 “블로그, 미니홈피 등의 저작물은 개인 및 관련 공동체의 자산이므로 사업자가 백업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단, 타 사업자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주권에 대한 권리의 확대 해석 등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최대 포털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의 담당자도 “사용자가 콘텐츠를 어디에 쌓을 것인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콘텐츠 이주에 관한 부분은 이용자의 판단과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기는 쪽이 좋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보 이주권의 원칙엔 동의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보장해 주는 행동은 취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에 ‘함께하는 시민행동’측은 “다음주에 열리는 ‘네티즌 100인 위원회’에서 정보 이주권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보통신진흥원에서 집계한 블로그 및 미니홈피 이용자 수는 2천6백여만 명. 이들 중 대부분은 ‘온블로그’나 ‘네티앙’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무런 대책 없는 피해에 노출돼 있다. 콘텐츠 보호를 위한 네티즌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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