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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숙 기자 treasure77@hanmail.net
[공연리뷰] 구두닦이 청년의 사랑이야기〈슈샤인보이〉

누구나 한번은 꿈꿔봤을 법한 신분상승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로망을 그린 뮤지컬 <슈샤인보이>. 잔잔한 감동에 재기발랄함을 덧입혀 창작뮤지컬의 매력을 십분 살린 작품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슈샤인보이를 둘러싼 사랑과 야망에 관한 소묘

이야기는 지긋지긋한 구둣방을 탈출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구두닦이 청년 상구와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재벌그룹 외동딸 민희, 민희와의 결혼으로 그룹을 인수받으려는 야망을 가진 정태수, 이렇게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상구는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주며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에 얼떨결에 재벌그룹에 면접을 보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면접을 통과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 민희 또한 아버지의 권유로 면접을 보게 되면서 상구를 만나게 되는데, 상구 할아버지의 거짓말로 민희는 상구를 재벌 2세로 알게 되고 호감을 갖게 된다.

재벌그룹 이사인 태수는 민희의 아버지인 권회장에게 인정받기 위해 프랑스인 투자자에게 제출할 제안서를 신입사원인 상구와 민희에게 만들 것을 명령한다. 이는 자신의 제안서를 민희와 상구의 제안서에 경쟁시켜 자신의 실력을 권회장에게 어필하려는 계략인 것. 하지만 프랑스인 투자자는 어떤 제안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오히려 상구의 순발력있는 대처로 계약이 성사된다.

이 사건을 통해 상구와 민희 사이에 사랑이 싹트지만, 상구를 뒷조사 한 태수로 인해 상구가 구두닦이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상구는 해고를 당하고 다시 구두닦이로 돌아오게 된다. 민희는 자신을 속인 상구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만 상구의 사랑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상구에게 다시 손을 내민다.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수준 높은 노래실력

2005년 제1회 뮤지컬 쇼케이스에 출품됐던 <장화신은 고양이>라는 작품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3년간에 걸친 수정작업으로 입체적인 캐릭터와 듣기 편안한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됐다. 연극계에 몸담은 적 없는, 공학도(한동대) 출신의 유경호씨가 연출을 맡았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악기 편성을 고려해 작곡된 음악은 건반과 바이올린이 조화된 고급스러움이 특징인데 여기에 드럼 라인을 강조한 스윙의 느낌도 가미했다. 작곡자인 권새미와 손민혜가 직접 라이브로 연주해 배우들의 연기에 호흡을 맞췄다.

주인공 상구 역에는 뮤지컬 <우리동네>에 출연했던 가수 리치와 <위대한 캣츠비>에서 캣츠비로 활약했던 박일곤이 더블 캐스팅됐다. 민희 역에는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 선녀로 열연했던 정인애와 <우리동네>의 히로인 이현주가 더블 캐스팅돼 흡입력 있는 연기와 수준 높은 노래실력을 선보였다.

상구 할아버지, 권회장, 이부장, 프랑스 투자자 등 1인 4역의 멀티맨으로 등장해 극과 극의 전혀 상반되는 연기를 심도있게 펼쳐보인 배우 김문성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관객에게 장미 꽃다발과 돈을 주고, 관객의 구두를 닦아주는 등 소극장 공연의 묘미를 톡톡히 살려 적극적인 관객 참여를 유도한 것도 이 뮤지컬의 강점이다.


사람들의 무료한 현실에 던지는 가슴 설레는 로망

남녀를 바꾼 다소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유쾌한 웃음의 장치를 군데군데 배열하고, 배우들이 주고받는 진지한 대사를 통해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요소들을 배치함으로 관객들의 주의를 모으는 미덕을 잃지 않았다.

손뼉 칠 만큼 통쾌한 웃음을 주다가도,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마음속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가졌음에도,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아버지를 보면서 오히려 그 틀을 답답해하고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민희라는 인물과 신분상승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 상구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법,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법에 대해 넌지시 일러주고 있는 듯하다.

이는 민희가 “인생은 차가운 유리벽 안, 그 안에서 나를 꺼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죠”라고 노래부르는 장면과 구두닦이로 평생을 살아온 상구 할아버지가 “사람들 날 비웃어도 난 괜찮단다”라고 노래부르는 장면에 잘 함축돼 있다.

누군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 있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이 작품은 아울러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연극에서처럼 사랑의 힘으로 과연 모든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신분이라는 것, 배경이라는 것을 다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순수하고도 강력한 사랑을 주위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연극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인 것을.

그러기에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꿈꾸고, 드라마틱한 사건을 꿈꾸면서 자기만의 로망을 키우는 것 아니겠는가.

뮤지컬 <슈샤인보이>는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물에서 10월 18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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