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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숙 기자 treasure77@hanmail.net
[공연리뷰] 유쾌함과 뭉클함 버무려진〈한밤의 세레나데〉

지난해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연출상에 노미네이트 된 <한밤의 세레나데>가 올해도 관객을 찾아 해묵지 않은 신선한 감동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있다.


엄마의 젊은 시절로의 시간여행…이해하고 용납하는 과정 그려

순대국집 모녀의 사랑이야기를 특유의 재치로 풀어낸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의 내실있는 파워를 한껏 뿜어내고 있다.

이야기는 자신만의 꿈과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딸 지선이 꿈속 시간여행을 통해 평소 잔소리만 늘어놓는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자발적 백수로 반듯한 직장도 없이 인터넷 라디오 방송 ‘한밤의 세레나데’ 사이버자키(CJ)로 활동하고 있는 서른 셋 노처녀 박지선은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통기타로 즉흥곡을 불러주며 그들의 상처에 공감해주는 나름 잘 나가는 CJ이지만 엄마 박정자의 눈에는 시집도 안 가는 골치 아픈 딸일 뿐이다.


남편을 일찍이 교통사고로 잃고 30년 동안 순대국 장사를 하며 홀로 지선을 키워온 박정자는 자신의 뜻과는 다르기만 한 딸에게 시시콜콜 잔소리를 한다. 도너츠를 튀기는 직업을 가진 남자친구 도너츠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와 한 판 크게 싸운 지선은 방송 도중 감전 사고로 의식을 잃고 1973년 12월 29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스물여섯의 엄마는 순대국을 마는 억척스러운 엄마가 아닌 지선이 좋아하는 혼성듀엣 ‘나랑 너랑’의 멤버로 변신해 있다. 남자친구 도너츠는 톱스타 박봉팔, 곧 자신의 아빠로 변신했다.

실제에 가까운 모녀 모습 설득력있게 그려져

이렇게 지선은 꿈속에서 엄마, 아빠의 꿈과 사랑이야기를 지켜본다. 엄마 정자는 음악다방에서 포크가수로 활동했지만 임신으로 인해 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솔로가수로 데뷔한 박봉팔은 ‘쇼쇼쇼’에도 출연할 만큼 인기몰이를 하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극중 지선의 ‘시간여행’은 현실에서는 도무지 풀 수 없는 것을 푸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욕을 입에 달고 살고 따뜻함은 전혀 없을 것 같은 억척스런 엄마에 대한 오해, 바람피우다 엄마 속만 썩이다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아빠에 대한 오해들이 시간여행을 통해 풀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독하디 독한 순대국집 아줌마는 젊은 시절 수줍음 많고 새침한 아가씨였고, 노래 따위는 집어치우라고 악을 쓰던 엄마는 노래가 좋아 집을 나왔던 꿈 많은 젊은이였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엄마에게 잔뜩 쌓여있던 섭섭함의 감정뭉치가 툭하고 풀어져 나간다. 꿈에서 깨어난 지선은 옆에 있는 엄마의 존재가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딸의 꿈을 이해 못하고 마음을 몰라주는 것만 같았던 정자의 악다구니는 사실 자신과 너무도 닮은꼴인 딸에게 상처를 주어서라도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절규였던 것이다.

이렇듯 엄마와 딸의 모습을 실제에 가까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그만큼 극중 딸 지선과 엄마 정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적나라하다. 특히 서른 살을 넘긴 처자라면 꼭 자신과 엄마의 대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엄마의 말에는 굳은살도 안 박히는 법’이라는 극 중 대사처럼 엄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더욱 상처를 받고 또 주는 것이다.

‘엄마 뱃속의 딸, 딸 가슴속 엄마’ 지선과 정자가 함께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는 눈물 한 방울 툭 흘리게 되고, 연이어 함께 부르는 ‘순대’ 노래는 확실히 분위기를 전환시킬 만큼 충분히 유쾌하다.


배우들 기타 연주하며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의 포크송 소화해 내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과 감미로운 통기타 음악이다. 살아있는 캐릭터를 체화시키고 구수한 입담을 펼쳐놓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포크음악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배우들의 기량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만한 대목이다.

관객은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의 26살 박정자와 투박하고 까칠하기 그지없는 늙은 박정자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으며, 지선의 순박한 남자친구 도너츠가 “난 바보야, 사랑해 정자!”라고 느끼 멘트를 날리는 톱스타 박봉팔로 변신하는 톡톡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늙은 야채장수, 순대국집 욕쟁이 할머니, 70년대 음악다방 ‘쎄씨봉’ DJ, 얼굴은 절대 보이지 않는 음반기획사 실장, 톡톡 튀는 여자 손님까지 5가지 역할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멀티맨의 활약은 관객에게 시종일관 웃음의 폭탄을 터뜨린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장치가 노래인 만큼 <한밤의 세레나데>에서는 극을 보는 1시간 40분 내내 귀가 즐겁다. 1970년대 통기타 포크 송이 주는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을 잘 살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랑 너랑’이 부르는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은 마치 실제 그 시절에 인기를 끌었던 곡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련하고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뚜아 에 무아’(너랑 나랑)는 1970년대 활동한 포크 그룹이었다고.

라디오 사연의 내용을 벽에 비친 글자나 그림으로 보여준 시각적인 효과들도 소극장 공연의 장점을 잘 활용한 예이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경상도 사투리 버전과 전라도 사투리 버전 두 가지로 진행돼 날짜를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모녀, 임산부 5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이 마련돼 있어 엄마와 함께 보면 좋을 연극이다.

유쾌함과 뭉클함이 버무려진 흔치 않은 감동을 주는 <한밤의 세레나데>. 꽤 잘 만들어진 작품을 만났을 때의 뿌듯함과 아낌없이 기량을 펼친 배우들에 대한 친밀감이 생기는 작품이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10월 19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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