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복음주의연맹(이하 WEA) 2014년 한국총회가 파행과 우려 속에 준비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WEA 총회유치 감사예배’는 최근 한기총 사태를 반영한 듯 회원교단들의 냉담 속에 진행됐다. 

해외에서 8명의 공식 인사들이 참석해 WEA 총회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지만 교계는 국내 준비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준비위원회를 비롯해 모든 준비과정이 투명하고 공적으로 채워지지 않을 경우 불참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도대체 왜 전 교회적 축제로 치러져야할 WEA 총회가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일까. 

WEA 준비과정 모호, ‘누가 진행하는 거냐’ 비판

 WEA 한국 총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총회의 유치부터 준비까지 연속적으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한국 교회 보수 및 복음주의교단의 대표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총회 유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준비과정 역시 ‘한기총’ 내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한기총 실무자들조차도 총회 준비 전반의 과정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WEA는 전 세계적으로 복음주의권의 목소리를 모아내며 빈곤과 사회정의, 선교에 대해 하나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한국 총회에서도 WEA가 그동안 다뤄왔던 많은 의제들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번 총회 유치 과정부터 석연치 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 WEA 총회는 개최 1년 전 후보지를 확정한다. 주최 역시 그 나라의 ‘복음주의협의회’가 책임을 감당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한기총이 WEA 공식 회원이 된 직후인 4년 전 총회를 유치했다.

한기총 내부에서 논의과정도 없었고, 복음주의권 교단의 간절한 요청이나 공감대 형성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총회에 참석한 적도 없는 한기총이 그 회의의 중요성을 알 리 없었다. 국제회의는 ‘의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함께 연대활동을 벌인 후 유치하는 것이 관례적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 총회 유치는 한기총 지도부의 ‘업적’을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WEA 총회 유치가 확정 직후 한국 교회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WEA가 복음주의권을 대표하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WCC 총회와 관련된 반대 여론이 약화될 수 있고,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또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에 비중을 두었다.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권의 세계적 두 축이 한국에서 총회를 잇달아 열게 됨으로써 얻는 한국 교회의 위상 강화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총회 유치 직후 시간이 흐르면서 WEA 총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불투명한 인사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에 회원교단들은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는 지난 14일 감사예배에 교단 현직 인사로 유일하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주남석 총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입증됐다. 통합과 백석, 고신, 합신, 고려 등 주요교단 관계자들이 모두 불참하며 지금의 준비과정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의혹 받고 있는 인물이 WEA 핵심인사로 교계 재진입

WEA 총회의 비중과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 등 관련 인사들의 지명도를 볼 때 이번 감사예배 준비는 한기총 회원 교단 중 복음주의권 인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모든 준비 과정이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특정 인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한기총 사무국에 WEA 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출근하기 시작한 2명의 직원과 기념 감사예배 때 행사의 실무를 담당했던 인사들 중 대부분은 예장통합과 합신 교단으로부터 경계 및 예의 주시 인물로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J목사가 총회장을 지낸 예장합동복음 총회 목사거나 청년단체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복음 총회장을 역임한 J목사는 예장 통합과 합신 교단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예의주시-교류금지’ 판정을 내린 바 있는 전 선문대 교수 출신이다. 문제는 지난 2004년 장재형 목사가 이단 시비에 휘말린 후 한국을 떠나 미주 지역에 머물면서 WEA를 통해 다시 한국 제도권 교회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J목사는 WEA 북미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WEA 실무자로 한기총에 입성한 인물 두 명도 예장합동복음 교단 인물로 알려졌다. 이종원 목사는 J목사가 설립한 한국복음주의대학생연합회 대표로 WEA 동아시아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윤원진 목사 역시 J목사가 설립한 예수청년회 대표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WEA와 J목사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WEA 본부 IT센터는 J목사가 설립한 미국 올리벳대학교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최근 WEA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이곳에서 새롭게 재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계 인사는 “WEA 뉴욕 사무실을 마련하는데도 J목사가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미 WEA 안에 J목사의 위치가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WEA 유치과정에 있어서 특정인물과의 연관성의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WEA유치감사예배 장소마저 통일교 소유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림에 따라 우려는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메리어트호텔은 지난 2004년 4월 30일 통일교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바 있고,이후로도 매년 교주 문선명 씨가 참석하는 대규모 통일교 행사가 호텔 곳곳에서 열릴 정도로 ‘통일교 전용 호텔’로 인식되어 온 곳이다.

한기총에서는 “연말이라 장소가 모두 마감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교계가 힘을 모아 통일교 ‘불매운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기총의 이번 장소 선정은 의혹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단 총무는 “한국교회의 그 어떤 행사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된 전례가 없다”며 “이번 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교단 반발 및 불참 잇따라

이처럼 WEA 준비과정의 폐쇄성과 예장합동복음 교단과의 밀접한 관련성 등은 오히려 국내 주요 교단들의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 예장 통합 총회도 지난 10일 한기총 문제 해결을 위한 교단 연석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감사예배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지어는 길자연 대표회장과 소속 교단이자,순서를 맡은 예장합동 총회 임원들도 이날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예배 순서자로 되어 있던 WEA총회 준비위원장 이광선 목사(인사말),합동총회 이기창 총회장(공동기도)과 황규철 총무(내빈소개),박종구 목사(축시낭독) 등도 불참해 WEA 총회도 ‘반쪽짜리 행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교단 관계자는 “WEA 총회라면 당연히 복음주의 교단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야 하지만 기독교 정체성이 의심되는 특정인사가 유치과정부터 준비까지 개입하고 있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공교회적인 연합준비위원회 구성을 한기총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계에서는 WEA 총회가 교계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WEA 총회는 선교사들이 주축이 돼 선교전략을 수립하고 각 지역의 선교보고 등으로 구성돼 왔던 데 반해, 현재 한국교회 내에서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와 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도 총회 유치와 감사예배 등의 전 과정에 선교계가 배제된 상태에서 정치적인 판단만으로 상당한 과정들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감사예배 당일에도 KWMA 대표회장인 강승삼목사 정도가 참석한 게 전부일 정도로 WEA의 본질과는 다소 멀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WEA 총회는 복음주의권 선교계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자리로 그동안 늘 축제의 성격을 띠어 왔다”고 WEA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준비과정은 선교계가 철저하게 소외된 채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한기총이 WEA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준비과정 전반에 걸친 공교회성 회복과 선교와 신학적 의제 중심의 사전 논의, 그리고 특정 인사의 배제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기총 이대위에 수년째 ‘의혹’이 제기된 특정 인사 및 교단과의 비상식적인 관계성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게 교계 전반의 여론이다.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2014년 WEA총회에 참석하는 해외 인사 전원에게 한기총이 항공료와 체류비 일체를 지원한다, 이 예산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는 등 괴담 수준의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며 “본래 WEA의 역사와 전통까지 무시해 가면서 기형적인 총회를 만들어서는 안 될 뿐더러, 교단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국가적 외면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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