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교단 총회장 등 교계 대표직을 역임한 목회자 중 상당수가 아들이나 사위를 통해 교회를 세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뿐 아니라, 각 교단에서 내로라하는 초대형교회들의 세습 움직임도 목격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세반연이 3일 오전 청어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 세습 사례를 제보받은 결과를 공개했다.ⓒ뉴스미션

세습 확인된 교회 중 절반, 한기총 혹은 교단 대표직 출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가 3일 오전 11시 청어람 3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교회 세습을 했거나 현재 세습을 진행하고 있는 교회 사례를 제보받은 결과를 공개했다.

교회 내외부에서 세습 사실을 제보한 건수는 총 128건(중복 포함)으로, 세반연이 직접 확인한 결과 그 중에 61개 교회는 이미 세습을 완료했고 22개 교회가 현재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습 사실이 확인된 61개 교회들 중에는 선임 목회자가 한기총 회장이나 교단 총회장, 감리교 감독 등 교계 대표직을 역임한 경우도 2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세반연은 “한국교회에서 이들의 위치가 가지는 절대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세습 시도는 다수 교회에 큰 파급 효과를 지닌다”며 “한국교회 세습의 저변화는 이와 같은 측면에서 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단, 교세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확산

세습 사실이 확인된 교회들을 교단별로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전체 62개 교회 중 예장합동 17건, 감리교 17건으로 두 교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외 예장통합이 6건, 예성이 4건, 기침이 3건, 예장 합신이 1건, 기성이 2건, 예장 고신 및 백석, 기장, 기하성, 선교단체 등을 포함해 11건이 확인됐다.

대체로 교세가 큰 교단에서 세습이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교세나 교회 수 등 교단별 차이가 있다는 점, 제보가 교단별로 균형있게 들어온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히 특정 교단이나 교회에 집중돼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회 규모별로 따져봐도 교인수와 무관하게 세습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50~500명의 교인이 소속된 교회가 24곳, 500~1000명 규모 교회가 12곳, 1,000~5,000명 규모 교회가 19곳, 5천 명 이상의 초대형 교회도 6곳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인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었고, 유형별로는 담임목회 직계세습이 5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교회 세습’이나 ‘징검다리 세습’ 등 변칙 세습이 경우도 6건 나타났다.
 
▲기자회견에는 세반연 방인성 실행위원장과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 및 세반연 회원단체 관계자들이 배석했다.ⓒ뉴스미션

명성교회 등 초대형교회 세습 의혹 일어

세반연은 이번 조사에서 아직 세습이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세습 의혹이 제기된 교회들 중 초대형교회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장 통합의 대표적 교회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를 비롯해, 감리교의 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 기침의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 등 몇몇 교회가 물망에 올랐다.

세반연은 사실 확인을 위해 위 세 교회에 공문을 보내고 유선상으로 관련 사항을 질의했으나 모두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담임목사의 은퇴 시기를 2년 남겨두고,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현재 명성교회 부목사 겸 행정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세반연은 ‘부목사가 곧바로 담임목사로 시무할 수 없다’는 교단 헌법 규정에 따라, 김하나 목사가 하남 지역의 지교회에서 사역한 뒤 세습을 강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임마누엘교회의 경우, 지난 해 감리교가 세습방지법을 결의한 이후인 올해 3월 김국도 담임목사가 편법으로 아들 목사의 세습을 시도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 ‘서류상’ 세습은 추진되지 않았지만 아들인 김정국 목사가 교회 홈페이지에 담임목사로 표기돼 있고, 주일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 등 ‘사실상’ 후임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세중앙교회는 윤석전 담임목사의 아들인 윤대곤 목사가 청년부 담당목사로 시무 중이다. 2년 전부터 윤석전 목사가 자리를 비울 때 아들 목사가 대예배나 새벽예배에서 설교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돼 곧 세습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방인성 실행위원장은 “한국교회 대표격인 초대형 교회들이 변칙 세습을 하고 있다면 멈춰주시고 모범적으로 청빙 절차를 밟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며 “교회 실명을 공개하면서까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물량주의에서 벗어나 자성하고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반연은 앞으로 세습 교회 제보를 지속적으로 받을 예정이며, 교회세습방지법 입법운동과 언론을 통한 이슈화, 개 교회 세습 대응운동, 교육을 위한 책자 발간 등 세습반대 움직임을 계속 전개할 계획이다.

아래는 세반연에서 세습이 완료됐다고 확인한 61개 교회 명단이다. (50번의 Y 교회는 세습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표에서 삭제했다.)
 

 아래는 현재 세습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22개 교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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