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방언이 전 세계 교회에 퍼져 나면서도 정작 방언이 신학계에서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방언의 내용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에 바탕을 두고 사고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방언은 ‘비이성적인’ 것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방언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방언의 신학적 의미가 아직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방언을 그저 이상한 영적 현상의 하나라고 여긴다. 이것이 신학적으로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를 학자들이 아직도 제대로 연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방언의 신학적 의미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마도 주류 신학자들이 방언을 하지 못했고, 방언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였다. 또 방언을 하는 신학자들도 아직 이러한 연구에 깊이 몰두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다행히도, 서구 오순절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방언에 대한 신학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10년 전쯤 L.A.에 있는 풀러 신학교에서 있었던 오순절신학회에 참석했다. 방언의 신학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준 학회장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블래인 샤렛(Blaine Charette)이라는 학자인데, 그의 주장은 방언이 바울 신학에서 중요한 하나님 형상을 신자 안에서 이루어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음은 그것을 요약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방언을 주로 성령의 은사론의 소 항목으로만 다루어왔다. 이럴 때 흔히 갖는 태도는 방언은 은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시면 받고, 그렇지 않으면 받지 않아도 되며, 지금 방언체험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방언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교회 안에서 봉사를 위한 하나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방언이 통역을 통해 듣는 이에게 깨달음을 준다는 의미에서 방언은 고린도전서 12:8-10에 나오는 다른 은사들처럼 공동체의 유익을 위한 하나의 은사이다. 그런데 바울은 방언에 대해서는 그 이상을 말한다. 바로 방언은 개인 신앙성장을 촉진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바울에게 있어 개인 신앙 성장을 위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신자가 하나님의 형상을 그리스도 안에서 본받는 것이다(고후 4:4; 골 1:15). 그리고 그렇게 본받는 것을 집을 세우는 것에 비유한다(고전 3:9; 고후 5:1). 바울은 바로 방언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고전 14:4). 방언만이 그 역할을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언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언은 그냥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방언을 하는 것이 하는 사람 속에서 그 사람을 변화시켜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한다는 것이다. 그 하나님의 형상은 종말에 완성될 것인데, 방언은 종말을 사는 신자에게 그러한 형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울은 방언을 말하는 자는 ‘신비’(헬라어로 ‘무스테리온’)를 말한다고 한다. 바울은 이 단어를 이전 시대에는 감추어졌던 구원의 진리를 드러낼 때 사용한다(롬 16:25; 엡 3:9; 골 1:26). 그렇다면 방언을 하는 것은 그 ‘신비’(고전 14:2)가 성령으로부터 주어져(고전 12:11), 하나님께(고전 14:2) 말하는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주신 것을 바로 하나님께 또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언을 말하는 자는 하나님의 구원의 진리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방언이 이렇게 구원의 진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하나님의 형상을 이루어가는 신앙성숙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가 매일 방언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방언은 그냥 의미 없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기도로 교제 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을 보다 잘 이해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게 하는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