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손도 쓰지 못하고 가족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사고 발생 100일을 넘겼지만 진상규명의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서, 진이 빠져버린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러 도보 행진에도 나서보고,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 싸늘한 시선들이 에워쌈을 느낄 때는 절망스럽다. 박은희 전도사(45, 안산 화정교회)는 단원고 2학년 3반 故유예은의 엄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의 아내이기도 하다. 며칠 전 서울 광화문 감리교 본부를 찾았다. 감리교와 한국교회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세간에 흘러나오고 있는 오해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유가족 대표로 감리교 찾아 호소

박은희 전도사는 감리교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 근래 우리들은 또다시 고립되고 있다”고 마른 눈물을 삼켰다.
 
 ▲지난 21일 감리교를 찾은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뉴스미션

“유가족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한 것은 진실규명이었다.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특별법은 하나만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 올라와 있는 법이 수십 개가 된다고 한다. 왜냐면 세월호 관련해서 고쳐야할 것들을 국회의원들 각자가 맡고 있는 분야별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이 각 분야별로 내놨으니 세월호의 이름을 단 법안만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내놓은 안이 마치 유가족들의 입에서 나온 말처럼 둔갑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현재 유가족들은 ‘의사자 지정’, ‘대학 특례입학’ 등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여기 저기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 전도사는 이 두 가지 모두 유가족 쪽에 나온 말이 아니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법을 만드는데 우리가 지식이 없으니까. 정치인들이 만든 특별법 보고 좋은 것은 수렴하고 또 부족한 것은 채워가면서 만들어가자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의사자, 대입 특례, 보상 문제다. 유가족들은 일주일에 한번 전체회의 하는데, 그때 이런 이야기 나올 때면 ‘의사자’가 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냥 ‘아! 아이의 명예를 찾아주는 것인가 보다’하고 만다. 물론 일부 부모들은 마음으로 찬성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러 번 회의결과 결론 내린 것은 우리가 만드는 특별법에는 그것 배제하고 오로지 진실규명으로만 가자다. 의사자, 대입특례, 보상에 관한 것은 배제하기로 했다. 국가가 기존에 했던 책임적인 보상만을 넣고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 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또한 국민 성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후 단체와 지인들이 전화해서 성금 보내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들은 통장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돈으로 인해서 쪼개지거나 분란을 만들거나 또 지금 이 상황에서 아이들 이름으로 돈을 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진실 밝혀지지 않았는데 성금이 무슨 소리냐. 이제까지 우리가 보상금에 대해서 정부에 요구하거나 협상 했다면 증거 자료를 가져와 달라. 그런 것에 대해 시도한 일이 일절 없다. 지금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났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느냐다.”

박 전도사는 지난해 고교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사고'를 떠올리며, 사건 진실규명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단원고가 작년 여름에 해병대 캠프(사고 태안 해병대캠프) 다녀왔다. 단원고 학생임원들이 단체로 월화수 3일 캠프에 갔는데, 사고가 목요일에 났다. 그때 단원고 부모들은 ‘아 너무 다행이다. 하루 차이로 목숨을 건지고 나왔구나’ 했다. 근데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그게 다행이 아니었구나 깨달았다. 그때 ‘왜 사고가 났는지’ 국민들이 더 관심 있게 보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실이다. 진실과 원인을 밝혀야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

박 전도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석에 따라 강한 표현 일수 있지만, 그만큼 유가족의 심정이 절박하다는 증거이기에 그대로 옮겨본다.

“어떤 사람들은 저희 가족들이 야당과 야합해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도 밉다. 우리가 원하는 당은 진실을 밝히는 당이다. 만약에 이 일에 발을 빼는 곳이 있다면 ‘어 저기는 이 사건에 관계있는 것 같은데’하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만약 이 일에 개신교와 감리교가 발을 뺀다면 뭔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던질 수밖에 없다. 교단과 교회 차원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나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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