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교회와 신학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원장 김형원)가 지난 25일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로 비추어 본 한국교회와 신학’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긴급포럼이 그것. 자리를 가득 메우는 뜨거운 호응 속에서 진행된 이날 포럼은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에 관한 성서학적 통찰과 교회사적 분석, 윤리적 진단에 관한 발제가 이어져 주목을 받았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25일 오후 7시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긴급포럼을 개최했다.ⓒ뉴스미션

“세월호 참사,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 악용한 사악한 인간들의 잘못”

이날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는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람보다 돈이 우선하는 자본주의적 태도가 근본 원인이라며, 인재를 두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것은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선박 운행에 직접 관련이 있는 선박회사와 직원들, 관계 기관들과 정부의 기관들이 안전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사안일의 관행적 업무와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은 부정직한 행태가 서로 얽혀져서 만들어낸 총제적 부실과 부패의 결과”라며 “이 모든 원인을 한 마디로 규정한다면 안전에 대한 무감각과 사람보다 돈이 우선하는 자본주의적 태도가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를 두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경적으로 옳은 태도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조 교수는 “칼빈 신학에서 ‘하나님의 섭리’ 개념에 의하면 어떤 재앙들은 인간의 죄를 다스리기 위해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연단으로 이해하기도 한다”며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섭리와 예정을 말하는 신학의 입장에서 오히려 이런 사고는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고난을 하나님 주권의 영역으로 돌리는 행위가,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인간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한 방종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태도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지, 어떤 사건에 대해 무조건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이어 “‘하나님의 뜻’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신약성서의 구절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불의와 부정직, 무책임이 만들어낸 결과를 표현하도록 의도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며 “하나님의 뜻은 문맥에 따라 ‘하나님의 의도, 계획, 생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자주 ‘하나님의 명령, 가르침, 약속’의 의미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뜻’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에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뜻을 안다는 것은 성경을 아는 지식을 필요로 한다”며 “성경을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경 자체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문학, 역사, 철학 등에 관한 지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경을 아는 충분한 지식과 소양이 없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가 빚어낸 사건을 너무 쉽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이고, 법적ㆍ도덕적 책임 의식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의 죄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세월호 참사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하나님이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는 사건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 참사를 빚어낸 사람들의 악행을 알고 계시며, 애매하게 죽어간 영혼들과 남겨진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알고 계신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악용한 사악한 인간들의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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