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개월여의 전쟁을 종식하고 휴전을 선언했지만, 언제든 또 다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민의 땅 즉 성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늘날 이스라엘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따른 선교적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 베들레헴에서 20년 넘게 사역하고 있는 강태윤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마스 무장해제 현실적으로 불가능…언제든 충돌할 수 있어
 
 ▲강태윤 선교사ⓒ뉴스미션

강태윤 선교사(합동 GMS)는 25년 전부터 베들레헴에서 사역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1세대 선교사다.

그는 먼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잠정적인 휴식’으로 해석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총을 겨눌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선교사는 “하마스의 목표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들은 절대로 자신들의 종교적인 신념을 버릴 수 없다”며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대치 국면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언제든지 충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 팔레스타인 내에서도 두 가지 종류의 의견이 존재한다.

같은 무슬림이라도 수적으로 우세한 강경파 무슬림들은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이스라엘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온건파 무슬림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소수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도 자녀교육과 안전을 위해 어떠한 분쟁도 원치 않는다. 종교적인 성향에 따라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강 선교사는 “그렇다고 자신들의 생각을 내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기회가 되는대로 이민을 준비하거나 자녀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소수 기독교인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 선교사는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베들레헴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도시라는 명목이 무색하게, 무늬만 기독교 도시일 뿐 실상은 무슬림들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베들레헴은 복음의 역사가 시작된 성지(聖地)이지만 지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으로 복음을 전하기 가장 힘든 곳이 돼 버렸다.

구약시대가 아닌, 오늘의 이스라엘을 바로 봐야

이에 강 선교사는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의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향한 시각을 바꾸고, 이땅의 기독교인들을 위한 실제적 도움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을 선민, 성지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문제는 이들의 인식 속에 구약시대의 이미지만 극대화돼서, 오늘날의 시대적인 상황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됐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참 모습을, 구약시대가 아닌 오늘의 이스라엘을 제대로 볼 때, 이 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강 선교사는 “아직도 주님을 인정하지 않는 수많은 무슬림들은 복음으로 새롭게 변해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이라며 “이제 이곳을 단순한 성지순례지로 보는 것을 넘어 마지막 땅끝 선교지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인 장소와 기념교회를 보고 끝나는, 과거의 여행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에 사는 소수의 기독교인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이들이 계속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실제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작된 곳, 하지만 이제는 한국교회가 마지막 땅끝 선교지로 바라보고 기도해야 할 곳. 강 선교사는 이스라엘이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가 함께 기도함으로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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