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 사건이었다면 대형교회 잇따른 악재는 성도들로 하여금 신앙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교회 대형화에 회의감을 갖게 한 결정적 요인이됐다. 규모는 작지만 예수의 가르침을 나누는 공동체를 추구하고자 몸부림치는 작은교회들이 그래서 더욱 빛나는 이유다. 제2회 작은교회박람회에 참가한 대안적 작은 교회들을 소개한다.
 
 ▲11일 감신대에서 열린 '작은교회박람회' 모습. ⓒ뉴스미션

탈성장, 탈성직으로 교회 원형 회복

작은교회박람회준비위원회 ‘2014 생명과평화를일구는작은교회박람회’가 지난 11일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행사로 한국교회에서 작은교회를 추구하는 도시, 지방 63개 교회들이 부스를 만들어 참여했다. 이름도 공동체 철학에 맞춰 의미 있게 지었다. 겨자씨교회, 고난함께, 광야교회, 너머서교회, 동네작은교회, 한무리교회,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언덕교회, 좋은만남교회, 함께여는교회 등이 반갑게 관람객을 반겼다.

이 가운데 2012년 3월 창립한 광야교회는 △직분을 부여하지 않는다 △건축하지 않는다 △전도하지 않는다 등 독특한 세 가지 신앙지표를 내세우고 있다. 공부 모임, 책읽기 모임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광야교회는 “직분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공동체란 말 그대로 그 구성원들이 하나님 앞에서 동등하게 한 형제와 자매로 살아간다는 뜻을 이행하기 위함”이라며 “교회 내 위계적 질서에 기반을 둔 직분의 폐지는 교회 개혁 더 나아가 제3종교개혁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한국교회는 교회 건물의 규모를 그 공동체의 은혜의 크기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의식적 저항을 표현하기 위해 교회 건축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냇가에심은교회는 일과 목회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평소에는 커피 등을 파는 카페에서 주일이 되면 예배드리는 경건한 장소가 된다. 전통교회 입장에서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교회론’을 정리해본다면 이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구은태 담임목사의 생각이다.

구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아무리 대리석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었다고 해도 그곳에 예배가 없으면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과 아무리 카페이고 집이이도 그곳에 예배가 있다면 교회라는 사실을 인식한 후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전했다.

카페 장소 활용, 적정 인원 유지

카페교회의 장점은 무엇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고,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목양실, 전도 장소, 심방 장소가 구분되어 있다면 카페교회에서는 이 세 가지 모두 가능하다.

지역인과 자주 접촉하다보니 거저 얻는 전도의 기회도 있다. 구 목사가 독거노인을 섬기고 지역주민들에게 밝게 인사를 나눈 것이 크게 작용해 서울 광진구 군자동 25통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구 목사는 “통장으로서 생각이상으로 지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섬길 수 있다”고 전했다.

예인교회의 경우는 초대교회의 이상을 추구하며 2001년 설립됐다. 무한정 교인수를 늘려감이 아닌 깊이 있는 교제를 위한 적정교인수를 정했기 때문에 지난해 7월 11주년을 맞아 ‘더작은교회’를 형제교회로 분립했다.

성도중심의 민주적운영이 핵심이기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위원들을 선출, 교인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교회 사역에 성도들의 참여가 그만큼 높다.

특히 지역 내 주일 유후시설을 예배지로 활용함으로써 건물구입이나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신 선교와 나눔, 대외협력에 재정의 40%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투명한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매월 말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월단위로 지출 상황을 공개한다.

예인교회는 “아둘람(피난처)같은 도시공동체를 꿈꾼다. 주중 아둘람 지역별 모임으로 교우들의 피난처, 지역 속 작은 교회, 나의 이야기를 하는 모임, 영혼구원, 나눔과 공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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