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15년 가까이 고아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 이미경 선교사. 가난이 친구이자 일상인 이곳 아이들은 ‘금은보화가 가득한 천국’의 의미를 잘 모른다. 금은보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이 귀하기 때문에 수도꼭지에서 콸콸 나오는 물줄기를 떠올리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이미경 선교사ⓒ뉴스미션

소유의 개념 자체가 낯선 거리의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밥을 퍼주고 복음을 전하는 이미경 선교사의 유일한 소망은 이곳의 어린 영혼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 된 삶을 사는 것, 그것뿐이다.

탄자니아에 오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여정

이미경 선교사가 선교사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1985년. 하지만 그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아프리카로 떠나기까지는 13년의 시간이 걸렸다.

선교단체에서 청년부 전도사와 찬양인도자 강사로 종횡무진했고, 사회에서는 피아노학원과 유치원 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다재다능했던 그였지만, 건강상 문제와 외국인 남편과의 결혼, 이민 생활 등 여러 가지 상황들로 하나님과 이미경 선교사의 밀당(?)은 뜻하지 않게 길어졌다.

“평소 체력이 약했고, 해외에 나갈 일이 생겨도 현지 음식에 잘 적응을 못해 힘들어했어요. 그러던 중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뉴질랜드에서 10년을 살았죠. 그곳에서 난민들을 돕는 사역을 했어요. 1998년 주님께서 제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고, 그땐 어려움을 무릅쓰고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처음에 케냐를 품고 파송을 준비했는데, 당시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라 파송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에 남편의 반대까지 겹쳐 모든 걸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선교지에서의 생계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만 조급해지고, 남편까지 절 따라주질 않자 죽고 싶은 심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선교지에 가서 순교하자 생각하고 무작정 떠났죠. 근데 지금까지 단 한 끼도 끼니를 굶은 적은 없답니다.”

케냐에서의 사역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동차량을 도둑맞고, 현지를 떠나라는 마피아들의 협박에 시달렸다. 재판까지 갔지만 결국 쫓겨나듯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해서 2000년 탄자니아에 발을 디뎠다.

300명 고아 돌보며 공동체 운영…천국은 ‘배고픔 없는 곳’

탄자니아엔 거리의 아이들이 넘쳐났다. 잘 곳이 없어 신문지를 깔고 자는 아이들, 굶어죽는 아이들이 허다했다.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거리로 나옵니다.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아다녀도 한 공기 채우기가 어려워요. 어쩌다 구걸해서 돈이라도 조금 벌면, 그 돈으로 본드나 마약을 사고…. 중독된 애들이 많아요.”

이 선교사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밥을 해 먹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주님의 자녀로 살 것을 헌신하는 아이들은 작은 공동체에서 생활하게 된다. 공동체 이름은 스와힐리어로 ‘방주’를 뜻하는 사피나.

그렇게 해서 그가 품은 고아들은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10~15명 단위로 사역자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개의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 아이들은 ‘소유’의 개념이 없다. “천국엔 금이 너무너무 많다”고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금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천국에 가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물이 턱없이 부족한 이곳 아이들에게 수도꼭지는 생소한 단어다. 그저 “천국은 배고픔이 없고 목마르지 않은 곳”이라고 해야 고개를 끄덕이며 눈망울이 빛난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선교사는 주님이 어떤 분인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를 이렇게 설명해 준다. “내가 잘 사는 나라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너희들에게 온 이유는, 어떤 음식이든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천국을 포기하고 너희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소개하기 위해서야.”

가끔은 공동체 아이들이 뜻하지 않게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을 따라 공동체를 떠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선교사는 아픈 가슴을 홀로 쓸어내리곤 한다.

“마약을 하다가 주님을 영접하고 새 삶을 살게 된 아이가 있었어요. 어느 날 거리에서 함께 마약을 하던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이 마약을 권하자 그 아이는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어요. 그리고 뒤돌아서는데 친구들이 흉기로 때려서 봉변을 당하고…. 아이들 다쳤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난 행복한 하루살이…아이들과의 삶 감사”

더운 날씨와 말라리아, 풍토병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 선교사가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는 이유는 이들에게서 하나님나라의 소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중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초등학교 교사, 요리사, 법관이 된 경우도 있어요. 그 중에 유명한 호텔에 취직한 요리사가 한 명 있는데, 앞으로 돈을 열심히 벌어서 거리의 아이들을 책임지겠다고 하더라고요. 하나님이 아니었다면 자긴 이미 죽었을 거라고. 그럴 때 하나님께 참 감사하죠.”

이 선교사는 현재 127명 아이들의 학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지역 학교의 허락을 받아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도소를 돌며 아이들을 격려해 주기도 한다. 매춘부로 일하다가 에이즈에 걸려 죽은 여성들의 장례 절차도 돕고 있다.

“사람들이 절 보고 너무 고생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고생하시는 분은 제가 아니라 하나님이시죠. 전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요. 저는 주님이 보여주시는 대로, 인도하시는 대로 따라가는 ‘행복한 하루살이’랍니다.”

행복한 하루살이 이미경 선교사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을 늘 가슴속에 품고 산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여정과 앞으로 갈 길에 대한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이미경 선교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다음 카페(http://cafe.daum.net/zoe)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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