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정도가 상식 수준을 벗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광신도(狂信徒).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에게까지 해를 끼치는 이들의 종교적 의식과 행위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신도 문제를 ‘중독’의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신도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와 특징들이 병리적 증상인 중독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국실천신학회가 지난 11일 영도교회에서 '이단 사이비 종파의 사회적 악영향에 대한 실천신학적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한 학술대회. 김충렬 교수(가운데)가 발제하고 있다.ⓒ뉴스미션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게까지 피해 ‘심각’

“광신도가 되는 과정은 흥미롭게도 중독의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 관심을 보이던 것이 점차 빠져드는 상태로 발전되는 과정이 공통점이죠. 광신도의 문제를 중독의 관점에서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충렬)가 지난 11일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김충렬 교수는 광신도 문제를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기독교에서 광신도란 신을 정상적으로 섬기지 않고, 기독교 안에서 활동이나 교리 등 신 이외의 것에 집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다.

김 교수는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신앙이 독실한 것 같고,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헌신하는 사람 같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비판과 정죄가 많고, 신의 자리에 다른 사람을 두면서도 자기 자신을 객관화 한다”고 정의했다.

특히 그는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성격장애의 부분인 자아분열 성향을 띠게 돼 역기능적인 현상을 초래하게 되고, 극단적인 자아도취인 나르시즘으로 발전하게 된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게까지 종교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광신도들은 신앙에 탐닉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종교적인 행위를 시도하며, 점진적으로 그리고 만성적으로 신앙에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데 실패한다”며 “단순히 신앙적인 기준으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광신도들의 행동, 중독과 유사

실제로 최근 심리학에서는 광신도 문제를 중독과 관련해 이해하는 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광신도들의 행동이 중독의 수준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광신도들의 행동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에게 해악을 끼치는 일종의 중독이기에, 심각한 심리적 장애로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며 “광신도들은 종교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권위와 교리를 통해 더욱 병리적인 현상에 빠져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광신도들은 융통성 없는 엄격함, 꼼꼼함으로 의례적인 행위에 무게를 둔다. 이러한 제의적 행위가 습관이 되면 강박증이 유발되고, 강박적 신앙을 가진 광신도들은 시간과 관계, 불결, 금전 네 가지 문제로 불안해하며, 생활하는 데 감정의 불편을 경험한다. 이로 인해 내적 고통을 경험하고, 관계에서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광신도의 행동과 중독의 유사성은 광신도가 되는 단계에서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 교수는 “광신도는 일정한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은 중독의 일반적인 단계에서 나타나는 것과 동일하다”며 “전조적인 증상, 어떠한 대상이나 물질에 집착함으로 나타나는 진행형 증상, 지속적인 진행형이나 상실이 일어나는 중대한 위기증상, 내성이 생겨 자신의 행동제어가 불가능한 만성적인 증상의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단계를 통해 광신도들에 나타나는 주된 문제로 김 교수는 △강박적인 성격 △권위에 대한 집착 △가치관의 붕괴가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양상에 대한 해소법 필요…주요인은 ‘심리적 결핍’

그렇다면 이러한 광신도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이 필요할까.

김 교수는 광신도들에게서 나타는 양상들을 중심으로 △심리적인 결핍 △욕구불충족 △현실로부터의 도피 △신앙의 왜곡 △습관적인 탐닉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심리적인 결핍에 대해서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모성애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욕구불충족에 대해서는 신(神) 중심의 신앙을 갖도록 유도해 안정된 자아로 발달해가도록 도와야 하며, 타인과의 올바른 관계와 의사소통을 통해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앙의 왜곡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가치를 버리고 긍정적인 신앙생활을 통해 자기존중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며, 지속적인 배려와 돌봄을 통해 습관적인 탐닉을 버리고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광신도들의 여러 문제 가운데 심리적 결핍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상담자의 모성적인 대응을 경험한 광신도는 심리적 결핍이 충족돼, 신에게 정직하게 나아가는 올바른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광신도들에 대한 상담치료적인 대응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오늘날 유사종교인의 문제는 간단하게 볼 수 없다. 그들 내면에 도저히 지우기 어려운 신화적 모티브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의 위력이 약화되는 현 시점에서 더욱 연구가 필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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