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고통’과 ‘은혜’라는 주제에 집중해 왔던 얀시는 한국교회 크리스천들의 아픔과 신앙적 고민을 알고 있다며 애정이 담긴 조언을 전했다.
“힘든 ‘영혼의 계절’ 지날 때 절대 포기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영혼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로맨틱한 신혼의 계절을 지나기도 하고, 끝없는 어려움의 계절을 지나기도 한다. 어려운 시절을 지날 땐 손을 놔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 지나면 반드시 새로운 계절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분당 창조교회(홍기영 목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필립 얀시는 5년 만에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전하며,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아픔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보다 한국교회 리더들이 더 걱정이 많아진 것 같다. 교회 리더들이 다음세대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히 얀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교회가 고통 당하는 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작가로 있으면서 재난이나 참사가 있는 곳을 많이 다녔다. 그 때마다 우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는 하나님이 고통 당하는 사람들 편에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은 우리 같은 보통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신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고난과 재난이 있을 때 고통 당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필립 얀시의 아내 자넷 얀시도 “그들에게 설교하려 하지 말고 격려의 말, 기억하겠다는 말, 슬픔을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해줘야 한다. 그냥 슬퍼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괜찮고 슬퍼하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상과 다른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모델 돼야”
필립 얀시는 한국교회 문제를 진단하면서, 교회가 불의한 세상 가운데로 들어가 복음의 삶을 사는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내며 ‘너희를 이리 가운데 보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 어떤 사람들은 양만 있는 마구간에 보냄 받은 것으로 착각한다. 성경의 바리새인들은 보수적, 근본주의자들이고 의로운 사람들이라 여겨졌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비판하셨다. 왜 그런가? 그들은 항상 바리새인들과만 지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회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항상 있어야 맛을 낼 수 있다. 그 당시의 바리새인들은 문제가 많고 불공평하며 불의한 세상으로 나와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고통 당하는 사람들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교회 모습과 같다. ‘우리가 더 거룩하고 더 온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교회가 나뉘었다”고 덧붙였다.
얀시는 불의한 세상과 맞닥뜨린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로마제국에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이 좋은 예가 된다. 지금보다 더 악하고 타락했던 로마시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과 다른 삶을 살았다. 그들이 버린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그들이 내버린 병자를 보살폈고, 가난한 자들을 도왔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서 로마인들이 ‘우리도 저들과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전체 로마제국을 정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얀시는 이어 “악한 세상에 대응해 그리스도인들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것이 복음이구나’,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넷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본능적으로 소심하고 자기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머물러 있기보다 믿음의 결단으로 과격하고 근본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들과 동행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