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합창단이 전국 규모 합창대회에서 ‘찬송가’를 연이어 불렀다가 참석했던 스님이 퇴장하는 등 반발을 샀다. 불교계의 종교편향 행사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불교계 인사들이 대구시청을 방문해 항의했다. 권영진 시장을 만난 이들은 공식 행사에서 시립합창단이 찬송가를 연주해 종교편향 논란을 낳았다며 합창단 해체와 예산 지원 중단 등을 요구했다.

대구 불교계 시청에 항의 방문…책임자 징계
 
대구시립합창단은 11일 지역 합창단이 모인 합창대제전에서 해외 찬송가인 ‘Little Tree(작은 나무)’와 ‘Oculi Omnium(모든 눈이)’, ‘At the River(생명수 강가에서)’ 등 3곡을 원어로 잇달아 불렀다.

초청을 받아 공연에 온 스님 두 명은 찬송가를 듣던 중 현장에서 나갔고, 불교계는 시립합창단이 종교편향의 공연을 열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대구불교총연합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불교계 인사 6명은 20일 오전 대구시청에 항의 방문해, 지난 해 상임지휘자 취임 후 이런 일이 여러 차례 빚어졌다며 합창단을 해체하거나 예산 지원을 중단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에 대해 불교계에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구시는 사안의 책임을 물어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인 이기선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고 단무장 최 모 씨의 보직을 변경키로 했다.
 
지난 해 9월 시립합창단 지휘자로 임명된 이기선 지휘자는 그동안 수차례 열린 정기연주회에서도 찬송가를 잇달아 선보여 지난 3월 대구시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선 지휘자는 현재 총신대학교 교회음악과 지휘 교수로, 15년 간 지휘에 전념하며 유수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지만 이번 불교계 반발로 대구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 직함을 내려놨다.
 
온라인에선 누리꾼 찬반 의견 분분

한편 관련 소식에 누리꾼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찬송가 공연이 부적절했다는 비판과 서양클래식 공연인 만큼 찬송가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대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은 ‘기독교합창단도 아니고 대구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구시립합창단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찬송가를 부른 것은 폭력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부분은 하지 말아야지. 타 종교인이 참석했으면 당연히 피해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라고 비판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합창과 클래식은 서양의 기독교음악에서 기원한 것으로 찬양곡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화에 대한 수용이나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스님들은 찬송가도 그냥 듣기 좋은 음악으로 듣곤 하는데 굳이 퇴장할 필요 없고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면 더 좋을 뻔 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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