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제 등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로 주일성수에 대한 크리스천들의 인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예배를 드리는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한 신학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일성수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고찰하고 현대교회가 이를 어떻게 계승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예장 합동 총회회관에서 총회교육진흥원이 개최한 심포지엄이 열렸다.ⓒ뉴스미션

주일성수 개념 급격히 쇠퇴…신앙생활 중심에서 벗어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교육진흥원은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21세기 개혁주의 신학이 주일성수에 대하여 묻는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노재경 목사(총회교육진흥원장)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힘을 잃어가는 이유에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나 교회 공동체의 혼란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주일성수에 대한 급격한 쇠퇴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20여 명의 교인들을 상대로 주일성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일에 ‘결석하지 않는다’가 29.1%, ‘자주 결석한다’가 34.7%, ‘조금 한다’가 34.4%로 나타났다”며 “주일성수를 철저히 하지 않는 경우가 69.1%로 전체 2/3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출석하지 못한 요인으로는 △영적 침체 13.6%, △가족과 함께함 14.0%, △경조사 20.0%, △학업 및 경제활동 19.2%, △여가 및 취미생활 33.2%로 각각 조사됐다.

노 목사는 “조사 결과대로라면 교회를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는 성도들의 비율은 30% 정도로, 70% 정도는 신앙생활이 항상 가변적일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주 5일 근무제와 IMF 그리고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신앙생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줄어들고 그 결과 다양한 세속적인 요소들이 교회 안으로 침투해 들어왔다”며 “주일성수 개념이 신앙생활의 중심 자리에 위치해 있기보다는 일상생활의 부수적인 위치에 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1930년대 미국 상황과 흡사…주 5일제 정착 ‘변수’
 
 ▲박용규 교수ⓒ뉴스미션

주일성수를 역사신학적으로 고찰한 박용규 교수(총신대)는 1930년대 이후 미국교회가 직면했던 현상이 근래 한국교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주 5일제 근무로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주일성수가 일대 도전을 받고 있다. 아침 일찍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경향이 점차 많아졌다”며 “이는 1930년데 이후 미국교회가 직면했던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30년대 들어 미국교회는 기존의 청교도적 주일성수의 개념이 유럽풍의 주일성수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톨릭 이민자들의 대거 이주와 함께 가톨릭 신자인 루즈벨트 대통령의 취임, 술의 대중화 등 가톨릭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확대됐다. 또한 자가용의 증가로 교인들의 이동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또 자유로워졌다.

박 교수는 “청교도적인 신앙의 공동체 속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과 규범을 찾으려고 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드리는 예배에서 보는 예배로, 거룩한 예배 중심에서 청중 중심의 예배로 변천해 갔다”며 “지역교회 중심의 신앙공동체를 이루기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교회에 출석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교회에도 재현되고 있다. 박 교수는 향후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 주말과 주일성수의 개념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주 5일제가 정착되고 보편화되면 주말이라는 개념도 토요일 오후부터가 아닌 금요일 오후부터로 바뀔 것”이라며 “그럼 금요기도회와 주일예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을 위해 주일예배를 금요일 오후에 드리도록 조정해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화의 발전에 발맞춰 주일의 개념과 신앙생활이 변화돼야 한다면, 앞으로는 주일 오전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떠나던 이들이 여행지 근처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가족들이 모여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주일예배를 대치하는 추세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박 교수는 “이것도 신앙이 괜찮은 사람들의 경우지, 대부분은 한두 번 주일예배를 빠질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주일예배를 빠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현상이 생겨날 것”이라며 “유럽처럼 1년에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에나 예배를 드리면서도 신앙인이라고 자부하는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이 수없이 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날 세속화의 도전, 주 5일제 근무 등 주일성수를 평가절하 하는 일련의 환경적 요인들이 점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일성수에 대한 초대교회와 청교도적인 엄격한 태도는 변치 않아야 할 것”이라며 “현대교회는 주일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주 5일제 근무로 인해 주일성수가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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