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하면 단연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할 교회의 노년목회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을 보살핌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공적인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교회가 전인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오후 서현교회에서 ‘성공적인 노년목회와 사별목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뉴스미션

다양한 갈등 속에 소외되는 ‘노년 성도’

사단법인 교회갱신협의회(대표회장 이건영 목사)는 17일 오후 서울 서현교회에서 ‘성공적인 노년목회와 사별목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비전교회 박미연 전도사는 일반 사회에서와 달리 교회 안에서 노년 성도들이 겪는 문제점들을 토로했다.

그는 “노후대책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보니 경제적인 부담감으로 교회 사역에서 멀어지게 되고 소외감을 갖게 된다”며 “만 70세가 되면 모든 사역에서 은퇴를 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상실하게 되고 지위가 낮아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소극적인 신앙생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또 “세대 차이를 느끼는 젊은 성도들은 노년 성도들과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을 꺼려하고 불편해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무관심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며 “교회와 목회자들의 목회 방향도 젊은 성도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자연히 노년 성도들은 모든 공동체의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아닌 관람자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년 성도들 간의 갈등도 있다. 빈부의 차이, 직분의 차이, 사별한 노년과 부부 노년의 차이, 기존 성도와 새 가족의 갈등, 육체적ㆍ정신적 건강 문제로 오는 갈등이 교회 안에 존재한다.

박 전도사는 “이 때문에 노년 성도들 간에 서로의 갈등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관계의 어려움을 겪거나 소극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며 “급기야는 교회에서 멀어지는 사례까지 발생한다”고 이야기했다.

교회, 구체적 대안보다 기존 패러다임 의존
 
 ▲손의성 교수ⓒ뉴스미션

주제발제를 한 손의성 교수(배제대 복지신학과)는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사회에서 교회가 노인들의 성공적 노년기를 위한 통합적ㆍ전인적 목회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는 2014년 현재 총 인구의 12.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30년에는 24.3%, 2060년에는 40.1%로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손 교수는 “2010년 이후부터 9년간 712만 명 정도가 은퇴하는 나이에 접어들게 된다”며 “급속한 노년인구 증가와 더불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향후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과 고령화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년목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대부분 구체적 대안보다는 과거의 인구구조에 기초한 패러다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손 교수는 “노인교육을 통한 교회의 노인사역이 교회의 목회사역의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하나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많아 고령화에 걸맞은 노년목회의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이 시대에 맞는 노년목회와 노인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생애 특성에 적합한 교회의 신앙교육과정의 패러다임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인을 단순히 보살피고 도움을 줘야 할 수혜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전인적으로 통합해 성공적인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살핌 차원 넘어, ‘통합적ㆍ전인적’ 존재로서의 자립 도와야

손 교수는 노년목회가 다뤄야 할 핵심 주제로 ‘유지ㆍ목표 지향ㆍ균형ㆍ완충ㆍ조화’ 5가지를 제시했다.

이전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경제적 기능이 노년기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게 하며, 삶의 다양한 변화와 굴곡 속에서 자율성과 주도성을 갖고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년기에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와 고통에 대해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전략과 자원을 확보하게 하고, 자신과 주변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미 있고 보람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치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다. 손 교수는 교회가 노년목회 사역을 시작할 때, 다음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는다면 무리 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노년사역위원회 구성 △노년층에 대한 다양한 정보 수집 △기존 교회의 노인목회 프로그램 검토 △지역사회 노인사역 관련 기관 조사 △노년사역 프로그램 발굴 △노인목회 사역에 대한 비전 공유 △교회 및 지역사회 자원과 핵심 인물 확인 △다른 교회나 기관과 협력 △프로그램 시행 및 평가가 그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교회가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교회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인목회 사역에 대한 비전을 교인들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실패한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노년목회가 다양한 시니어 사역의 모델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노인의 관심사에 대한 교육 및 세미나 △노인시설과 학생을 연계한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모든 연령층 함께 참여시키기 △노인들을 통한 교육, 돌봄, 무료급식, 카풀 등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활동 전개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역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회가 노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하거나 독자적으로 교회 건물과 인력을 통해 노인복지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노인복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손 교수는 “교회는 노인들이 신앙 안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통합하는 존재로서 성숙한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하며, 노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변화와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올바른 방향 제시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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