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에 관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무산됐지만,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토록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한국교회가 사전지식 습득을 비롯해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교인 과세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발표했다ⓒ뉴스미션

기타소득 과세규정 내년부터…대다수 교회들 ‘몰라’

지난 2일 국회가 처리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이로써 개정안을 통한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는 무산됐지만, 지난해 11월 정부가 개정해 놓은 소득세법 시행령은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종교인 소득을 일종의 사례금으로 보고, 이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15년부터 과세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목회자 사례비 지급액의 80%를 필요경비로 공재한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해, 20%의 소득세와 소득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원천징수한다. 결과적으로 사례비 기준 지급액의 4.4%를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만약 원천징수 납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납부 세액의 3%와 미납부 경과기간에 대한 연 10.95%의 이자를 합한 금액을 가산세로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는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내용이 빠지고, 새누리당이 법제화를 2년 유보하자고 제안한 것이 알려지면서 ‘종교인 과세는 아예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제안대로 종교인 과세를 2년 유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이달 중으로 국회가 소득세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시행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적용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16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를 2년간 유보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즉시 반영되긴 어렵다”며 “새누리당이 제안한 내용을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가 수용하여 스스로 소득세법을 개정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기적으로 세법을 개정하려면 입법예고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세법 개정으로 2년 유보 사항을 즉시 반영하기는 어렵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대통령령으로 개정하는 것만 시간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목회자 사례비를 근로소득으로 볼 것인지, 기타소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교계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시행령 자체가 적잖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기타소득이냐, 근로소득이냐…교회와 목회자가 정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번 시행령이 ‘사례비’ 용어의 중의성,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부담 가중 등의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윤 회계사ⓒ뉴스미션
그는 “실제로 목회자가 수령하는 사례비는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수령하므로 정기적인 소득으로 분류된다”며 “이 때문에 근로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와 무관하게 문자적 정의를 기준으로 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목회자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볼 것이지, 근로소득으로 볼 것인지를 교회와 목회자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시행령이 적용되면 근로소득세 체계에서는 소득세 부담이 없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도 예외 없이 모두 원천징수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그동안 7~80%에 달하는 미자립교회를 이유로 근로소득세 과세를 반대하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와 모순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 사례비가 188만 원인 경우(4인 가족 기준), 근로소득 체계에서는 원천징수세액이 ‘0’원이다. 물론 188만 원 이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사례비 수준을 감안하면, 대다수 목회자들의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은 ‘0’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기타소득 체계에서는 소득세(75,200원)와 지방소득세(7,520)를 합한 원천징수세액(82,720원)을 내야 하며, 원친징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가산세(2,482원)도 부담해야 한다. 가산세는 1일당 25원의 이자가 붙는다.

최 회계사는 “미자립교회의 경우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이 경제적인 부담 면에서 낫다”며 “대형교회는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세금이 1/5 정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적용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 있을 것”

그렇다면 당장 교회가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 매월 사례비를 지급할 때 지급액의 4.4%를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로 공제한 후의 차액을 지급하고, 이때 기타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목회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또한 지급일이 속하는 다음달 10일까지 교회 주소지 관할세무서에 원천징수 이행 상황 신고서를 제출하고,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 원천징수할 소득세액이 없더라도 매월 원천징수 현황을 세무서에 보고해야 한다.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본다는 시행령 규정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기타소득 원천징수 불이행으로 간주돼 가산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타소득이 됐든 근로소득이 됐든, 교회는 지급하는 사례비에 대한 원천징수 내역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게 이번 시행령의 요점이다.

최 회계사는 “이번 시행령이 적용된다면 많은 교회들이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회자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볼 것인지, 근로소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 절차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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