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대신이 백석과의 통합 문제로 결국 분열 수순을 밟게 됐다. 전광훈 총회장이 이끄는 통합 찬성측이 ‘백석-대신 통합총회’에 참석해 새 출발을 선언한 가운데, 반대측도 같은 시간 결의대회를 열고 교단 수호를 다짐했다. 백석과 대신 전광훈 총회장 측은 통합총회를 거친 뒤 1년 간 세부 조율을 해 최종 통합에 이르겠다고 밝혔지만, 대신 반대측이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서 불완전한 통합이 될 것이란 지적이 높다.
 
 ▲예장 백석과 대신이 16일 통합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장종현 총회장과 전광훈 총회장이 손을 들고 통합선언을 축하했다.ⓒ뉴스미션

백석-대신 통합총회…1년 간 세부 조율키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장종현 총회장)와 대신 총회(전광훈 총회장)가 16일 오전 11시 천안 백석대학교 백석홀에서 통합총회를 열고, 양 교단의 하나됨을 선언했다.

양 교단은 통합선언문을 통해 “오늘의 통합이 모든 교회에 감동이 되고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의 분수령이 되기를 기도하며 양 교단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올려드리며 역사적 통합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백석 측 장종현 총회장은 “오늘의 교단 통합이 한국교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 넘치는 교회를 세우고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총회에는 정영택 예장통합 총회장, 백남선 예장합동 총회장, 이신웅 기성 총회장이 자리해 축사했다. 이들은 백석과 대신의 하나됨이 분열된 한국교회 역사에서 가장 기적같은 일이었다고 칭송하며,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을 힘써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는 대신 측 전광훈 목사가 ‘통합선언총회’임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양 교단의 ‘통합총회’로 치러졌다. 일단 통합총회를 거친 뒤 1년 간 세부 조율을 해나간다는 취지다.

백석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총회를 기점으로 양 교단은 내년 9월까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전환되며 1년 간 분열 없는 ‘완전한 통합’을 목표로 움직인다. 통합 비율에 따라 교단 명칭을 추후 확정하며, 역사는 백석으로 하고 역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해 정리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총회에는 대신 측에서 약 720명, 백석 측에서 약 700명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교역자나 사모 등을 제외하면 대신 측 목회자는 약 570명이 참석했지만 정확한 총대 숫자는 불분명했다. 대신 측의 통합 찬성 비율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신 측 관계자는 "총대 숫자를 따로 접수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합 과정에서 반대와 논란이 있었던 것을 보여주듯, 총회가 치러지는 강당 앞에서는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신 측 목회자가 ‘배도자 WCC에 대신을 팔아먹는 목사들에게 하나님의 저주심판 있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다 제지를 당했다.

반면 전광훈 총회장은 감사예배 말미에 “형의 위치에 있는 대신 총회가 원하는 사항을 동생과 같은 백석이 모두 수용해주었다. 우리가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교단 통합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대신교단수호측, 같은시간 ‘결의대회’ 가져

한편 같은 시각 백석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대신측 모임인 대신총회수호협의회는 서울 잠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2차 대신총회수호협의회 기도회 및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대신총회수호협의회가 16일 오전 서울 잠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2차 대신총회수호협의회 기도회 및 결의대회’를 개최했다.ⓒ뉴스미션

이 자리에서 대신총회수호협의회는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백석-대신 통합총회'는 대신교단의 헌법과 총회 결의사항을 무시한 것이므로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교단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교단이 바르게 세워지기까지 대신총회수호협의회를 중심으로 잔류 교회들이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했다.

대신총회수호협의회 총무 류기성 목사는 “신뢰가 깨진 다음엔 그것을 연결해 주는 것이 원칙과 법인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못해 여기가지 왔다. 그동안 총회장에게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무시된 것”이라면서 “총회장은 통합선언총회라고 끊임없이 말했지만 그곳 현장 소식을 들으면 현수막부터 순서지에 이르기까지 통합총회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언제까지 거짓말 할지 두고 볼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류 목사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 총회장이 노회수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는다면 존중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도 비록 골이 깊게 파였다 할지라도 대화를 시도하고 단지 분열과 수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비전을 제시하겠다. 한국교회 아름다운 분열과 나뉨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총회에서 “반대하는 한 사람이 있는 한 공감대를 이룰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고 조언했던 김상록 증경총회장은 설교 단상에 올라 눈물을 훔쳤다.

김상록 증경총회장은 “증경총회장들 몇몇이 세상 명예에 눈이 어두워 여러분들을 하나님께 받은 양 무리를 제대로 치지 못하게 하고 이런 모임에 나서게 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통합을 이런 식으로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뻔히 알고 있으면서 마치 양심에 화인 맞은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신의 자랑, 십자가’란 제하의 설교를 통해 “우리 대신교단은 세계 기독교에 조금도 부끄럼 없는 자생교단으로서의 진품”이라면서 “세만 불리면 기독교국가 될 것이라는 이 불합리함 때문에 한국교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바울은 십자가 앞에 자랑할 것이 하나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신은 이런 십자가 고백이 있는 교단임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목사 및 장로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설교, 경과보고, 통합전권위원회 위원들의 발언, 격려사, 기도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통합 찬반 양진영에서는 어느 쪽에 몇 명이 참석했는지를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지속했다. 하지만 세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도권 교회와 지역 노회 리더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 숨어있는 이들의 행보가 향후 헤게모니 싸움에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예장 대신의 통합과 분열은, 절차상으로 내년 4월 노회 수의와 9월 총회 결의를 최종 남겨놓고 있지만 교단 수장이 원칙을 무시하며 밀어붙이기식 통합을 주도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때문에 오늘이 사실상 분열 선언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수호협의회는 “모든 책임은 전광훈 총회장 측에 있기에 향후 과정을 지켜보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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