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논란을 일으킨 전병욱 목사에 대한 재판이 예장합동 평양노회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기독단체들이 전 목사의 면직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전병욱 목사의 면직과 평양노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뉴스미션

“평양노회, 책임 회피 말고 면직 처분하라”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주연ㆍ백종국ㆍ박종운, 이하 공대위)는 18일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전병욱 목사의 면직과 평양노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등 6개 기독단체와 ‘전병욱목사진실을공개합니다’ 네이버 카페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양노회가 전병욱 목사 징계에 관해 더 이상 무책임하게 회피하지 말고 면직 처분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전병욱 목사 사건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부끄러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단 총회는 어떠한 책임 있는 행동도 하지 않았고, 평양노회는 일파만파로 커져가는 파문을 경험하며 뒤늦게 재판국을 구성했음에도 다시 한 번 슬그머니 빠져서 당사자들끼리의 싸움처럼 물러나 앉으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공대위는 “평양노회는 더 이상 변명과 책임 회피를 하지 말고, 이미 분명히 밝혀진 대로 목사 자격 없는 전병욱 씨를 면직하여 땅에 떨어진 교회와 목회자 도덕성을 다시 바로 잡으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전병욱 씨는 하나님과 피해 자매들 앞에 더 큰 죄를 짓지 말고, 죄악을 솔직히 인정하고, 참회하고, 목사직과 교회 담임직을 다 내려놓고, 자숙하며 치료에 전념하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 개입돼선 안 돼…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평양노회는 지난 10월 정기노회에서 전병욱 목사 징계 여부를 다루기 위해 재판국을 설치키로 전격 결의했고, 지난 8일까지 4차례의 재판이 진행됐다.

애초 평양노회는 한 달 안에 재판을 종결하고 임시노회를 열어 전 목사의 징계 여부를 확정 짓겠다고 했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시노회는커녕 재판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를 다룬 책 <숨바꼭질>의 공동 편집자이자 삼일교회 교인인 권대원 씨는 “너무 많은 피해자, 신뢰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음에도 노회는 면직 청원을 5번이나 거부했다”며 “재판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 노회가 상식적인 결정과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일교회 당회와 연계해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을 실시하고, 노회 재판에서 증언자로도 참석했던 고미경 소장(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은 “피해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전 목사가 여전히 목사 신분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는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공대위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며 전병욱 목사 면직 시위에 앞장서 온 이진오 목사(더함공동체교회)는 이 일로 홍대새교회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이 목사는 “홍대새교회에서 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어제 연락을 받았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맞고소를 해서라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끝까지 갈 것”이라며 “목사가 재판 현장에서 신자들 뒤에 숨고, 신자들이 폭행을 행사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전 목사는 반드시 면직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구교형 목사는 “노회 재판국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건지, 면피할 궁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더 이상 무슨 조사가 필요한가. 확인한 사실대로 정확하게 재판해서 발표해 주길 바란다”며 “전 목사는 면직이 아니라 구속 대상이다. 이번에 막지 못하면 유사한 사례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대위는 예장합동 총회와 한국교회가 이미 심각할 대로 심각해진 교회 성폭력 현실을 직시하고, 엄정하고 책임 있는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홍대새교회와 일부 교인들은 목사가 아닌 오직 하나님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진실과 공의를 세우는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