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가 지역주민을 잘 섬긴다고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저 우리 교인들 어렵고 힘들게 사는 모습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시작한 일들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데….”

이미 동네에서 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한 생명나무교회(담임 이구영 목사). 정작 담임목회자인 이구영 목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하지만 생명나무교회의 ‘특별할 것 없는’ 섬김은 신앙공동체를 끈끈하게 결속시키고,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되고 있었다.
 
 ▲생명나무교회 이구영 목사는 교인들과 가족처럼 지낸다. 학생들과 목욕탕에도 자주 가고, 점심과 저녁식사도 대부분 교인들과 함께한다.ⓒ뉴스미션

“어렵고 힘들게 사는 교인들 도우려고 했을 뿐”

이 목사가 15년 전 방과후교실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역주민을 섬기겠다는 거창한 목적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우리 애들이 공부 못하는 게 싫어서’였다.

“교회 주변이 임대아파트다 보니 생활이 넉넉지 못한 서민들이 대부분입니다. 돈이 없어 학원 못 가는 아이들이 많죠. 그게 답답하고 싫었어요. 처음엔 무료로 시작했는데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8~1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그나마도 못 내는 아이들도 있고…. 수업 받는 학생들은 한 60명 정도 돼요.”

매주 화요일엔 지역주민들에게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무료로 나눠준다. ‘전교인수련회’와 같은 부득이한 행사가 아니면 늘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정이 있을 땐 사전 공지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처음 몇 개월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개시하고 30~40분이면 준비해 온 재료가 동이 날 정도라고 한다.

“동네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거든요. 월, 수, 금요일은 구청에서 식사를 지원해 주는데 화, 목요일은 알아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셔야 하는 거죠. 그 중엔 우리 교인들도 있는데. 안스러운 마음에 시작했는데, 교인들도 주민들도 맛있다고 굉장히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교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자원해서 섬겨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은 결혼이나 생일 등 축하할 일이 있는 성도들이 자원해서 내는 ‘토스트 나눔 헌금’으로 충당한다.

어느 날은 대학 진학을 앞둔 교회 청년과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며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목사는 ‘우리 애들을 빚쟁이로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성탄절 헌금을 대학 신입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해 줄 것을 교인들에게 제안했고, 교인들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생명나무교회 전경.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는데, 평판이 좋아 해마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뉴스미션

“교인들과 더불어 사는 게 목회 아닐까요?”

몇 해 전, 타 지역 교회와 함께 하교길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해 자율방범대를 꾸린 것은 일반 언론들에도 소개되면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술고등학교가 들어왔는데, 여학생들이 예쁘다는 소문에 불량청소년들이 생겨나면서 우리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 일이 자꾸 생기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CCTV가 없어서 부모들의 마음이 더 불안했죠. 그래서 주부 집사님들이 몇 명씩 조를 짜서 학교 주변과 동네 공원을 순찰하게 된 거죠.”

자율방범대의 활약으로, 교회가 위치한 서울 장지동 일대 사건사고는 크게 줄었다. 삼삼오오 몰려있던 불량청소년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교회 건물 지하 2층에는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무료로 드럼, 기타, 베이스기타를 배울 수 있도록 ‘드럼스쿨’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마련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들국화, 송골매에서 드러머로 활약했던 이건태 씨가 지도를 맡고 있다.

이 목사는 이 모든 일들이 특별한 섬김이나 거창한 사역으로 비쳐지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저 교인들을 내 가족처럼 여기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목회’라 생각하는 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목회란 같이 더불어 사는 거라 생각합니다. 같이 먹고, 같이 입고, 같이 키우고…. 저는 중고등부 학생들과 목욕탕도 자주 갑니다. 아빠랑 같이 못 가는 형편인 아이들이 있거든요. 가면 이발도 시켜주고. 평일 점심과 저녁 식사도 주로 교인들과 함께합니다. 직장 다니는 교인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기도하고…. 그게 심방인 거죠.”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신앙공동체’를 꿈꾸며

생명나무교회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예배당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교인들이 가족 단위로 참석해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가 끝나면 식당에 모여 떡볶이를 먹는다. 요즘엔 100여 명 정도가 모일 만큼 호응이 좋다.

또 하나, 금요기도회를 과감하게 없애고, 대신 교인들에게 쉼과 교제의 기회를 제공한다. 경기도에 소재한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해, 비수기 기간 교인들의 신청을 받아 1박 2일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한 것. 얼마 전엔 일과 육아에 지친 30대 부부들이 단합대회를 다녀왔다. 교인들 반응도 좋고, 이 목사도 교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생명나무교회의 ‘특별할 것 없는’ 섬김은 늘 거창하지 않은 이유에서 시작된다. 교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 지역주민들까지 끌어안는 나눔이 되고, 이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그것이 오늘의 생명나무교회를 있게 한 ‘특별함’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어려운 교인이 있으면 다른 교인들이 알아서 나누는 분위기가 되더라고요. 도와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고, 도움을 받는 상대방이 상처 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그런 모습들을 볼 때 참 감사합니다.”

목회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절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을 그는 늘 마음에 품고 산다. “네 양 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 떼에게 마음을 두라.”(잠언 27:23) 생명나무교회의 표어인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신앙공동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20년 전 개척할 때나 지금이나 목회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의 고백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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