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주일 하면 학생들은 공차면 안 되는 날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물건 팔면 안 되는 날이고…. ‘무엇을 못하는 날’로만 인식되고 있진 않은가. 교회가 주일의 신학적인 의미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일에 대한 율법주의적 자세 경계해야
 
 ▲김남준 목사ⓒ열린교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김남준 목사(열린교회)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목회자 세미나에서, 주일성수에 대한 한국교회의 율법주의적인 자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교계 소식을 전하는 <아멘넷>에 따르면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 후 얼마간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안식일을 지키던 방식을 주일성수에 적용했다”며 “청교도들은 그것을 주일성수에 항구적인 모범이라고 해석하고, 이를 구약 안식일 제도가 가지는 자연법적 질서와 연결 지음으로써 자신들의 엄격주의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청교도들은 구약의 안식일 제도와 신약의 주일 제도가 신학적으로 연속성을 갖는다고 봤던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칼빈과 루터는 두 제도 사이의 신학적 불연속성을 강조했다는 것.

김 목사는 주일성수에 대한 청교도들의 유산이 주는 교훈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주일을 지키는 것이 대한 사전적 준비의 필요성이고, 둘째는 주일성수에 대한 율법주의적이고 바리새적인 자세의 경계다.

그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토요일 밤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결정이 된다. 따라서 신자는 토요일 저녁을 주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구별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주일성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칙들이 따라야 할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이것들을 정죄하는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일은 ‘무엇을 못하는 날?’…교인들 주일 의미 잘 몰라

때문에 김 목사는 교회가 성도들에게 주일의 신학적 의미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히들 ‘주일에 무엇을 사먹지 말라’, ‘주일에 무엇을 하지 말라’,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야지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하는데, 이는 주일의 의미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는 “주일에 대한 모든 개념이 ‘무엇을 못하는 날’로만 새겨졌는데 그것은 주일이 아니라 안식일”이라며 “그리스도가 주인이신 주일의 신학적인 의미를 어려서부터 잘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일의 개념은 구속 사건과 관련이 있다. 그는 “종말에 누리게 될 영적인 복락을 앞당겨서 선취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이 주일”이라며 “주일만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일이 그런 날의 상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주일성수에 대한 것은 ‘아디아포라’(adiaphora, 헬라어로 ‘대수롭지 않다’는 뜻으로, 하나님께서 명령하시지도 금지하시지도 않은 행동들을 가리킨다)에 관한 사항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칼빈과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큰 원칙이 있다. 육체의 노동으로부터 쉬자는 것, 그리고 우리의 정신과 영혼이 하나님께 집중해서 말씀의 교육을 받고 그 다음에 예배를 드리는 일에 심령을 드리자는 것이다.

김 목사는 “자녀가 주일 저녁에 친구들하고 영화구경을 한다고 야단을 쳤다는 교인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왜 영화를 보면 안 되는가 물으니 대답을 못했다”며 “만약에 마틴 루터가 나오는 종교영화라면 괜찮으냐고 하니 그렇다고 했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주일에 물건을 사도 되는가 하는 것은 아디아포라에 속하는 문제지만, 1부 예배 후 하루 종일 쇼핑하고 노래하는 것은 용인해야 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자들의 원리를 따르되 세부적인 고백들은 개인규범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주일에 다른 일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영혼의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때 주일이 주일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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