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8일 개통되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역 명칭이 ‘봉은사역’으로 확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기총과 한교연 대표회장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역명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기총과 한교연 양 기관 대표회장들이 2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9호선 지하철 '봉은사역' 명칭 제정을 서울시가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뉴스미션

양측 대표회장 첫 공식 회견…”서울시, 종교편향 단초 제공”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 양병희 대표회장이 27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 11층 회의실에서 사회 현안과 관련, 공식적으로 첫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두 대표회장은 서울시가 9호선 역명에 특정 사찰 이름인 ‘봉은사’를 사용한 것은 역명 제정원칙에 반하는 행위고, 또 종교편향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결정이라며 역명 제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가 이제라도 문제가 된 봉은사 역명을 폐기하고 공식적인 역명을 ‘코엑스역’으로 하되, ‘봉은사’를 병기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서울시가 더 이상의 종교 간 마찰과 갈등을 피하고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12월 서울시는 9호선 2단계 구간 929정거장 명칭을 ‘봉은사역’으로 확정하면서 종교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역과 바로 연결되는 '코엑스' 대신 특정 사찰 이름을 역사명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지하철 역명 제정 기준’에 의하면, 역명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며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해야 한다. 또 ‘특정 단체의 홍보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명칭이나 향후 분쟁 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배제’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코엑스가 역명으로 가장 적합하다. 그럼에도 역에서 120미터 떨어져 있는 봉은사가 코엑스를 배제한 채 단독 역명으로 채택된 것이다. 지하철 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80㎡의 공간을 서울시에 제공한 코엑스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지난 해 불교계가 역명 결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최근 드러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몇 차례 봉은사 방문과 주지 면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서울시민 전체가 인식하는 코엑스역이 보편 타당한 이름이다. 객관성과 타당성을 기준 두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를 종교 간 갈등으로 몰고 가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양병희 대표회장도 “오늘 자리는 국민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기자회견이다. 다종교 사회에서 서울시의 종교편향적 행태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교회는 불교 등 타 종교와 평화적 대화를 원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손잡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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