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는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된 일부 대형교회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실을 짚은 작품으로, 교계 안팎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를 중심으로 교회 안에 만연한 사제주의를 비판하고, 오늘날 목사의 역할과 위상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20일 저녁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주최로 열린 ‘목사란 무엇인가’ 포럼이 그것이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지난 20일 저녁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목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뉴스미션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직으로 부름 받았다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영화에서 제기하는 성직주의(사제주의)가 비단 목회자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가 연관된 문제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거룩한 삶으로서의 부르심은 제사장이 아니라 모든 이스라엘을 향해 주어졌으며,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해 주어졌다”며 “목사는 제사장이 아니다. 제사장과 비슷한 기능이 있을 뿐, 신약교회의 목회자는 구약성전의 제사장일 수 없다”고 역설했다.

목회자에 대한 이런 인식에 대해 그는 한국교회 초기에 헌신된 전문사역자들의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이들의 헌신이 교인들에게 특별하게 각인되면서 목회자만이 헌신된 삶이고, 평신도는 그렇지 않다는 식의 생각이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독교 교회에서 이러한 성직주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스스로를 성직으로 여기는 목회자 집단의 은폐된 욕망과, 목사 집단을 성직으로 부르고 대접하면서 흔히 말하는 ‘십자가의 길’을 목회자 집단에 떠넘기고 거룩한 일상으로의 부르심을 모면하려는 비목회자 집단의 욕망이 들어맞은 결과”라고 말했다.

홀로 왕적인 제사장? 적절한 견제 필요해

그렇다면 ‘성직’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정의돼야 할까. 또한 목사는 누구인가.

김 교수는 오늘날 개신교 교회의 핵심적인 신앙 원칙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직으로 부름 받았다’는 것이며, 목회자든 장로든 적절한 구분과 견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목회자가 교회에서 너무 많은 것을 주관하며 홀로 왕적인 제사장이 되어버린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며 “목회자든 장로든 적절한 구분과 그를 통한 견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불편하지만 마땅한 것이다. 견제되지 않는 힘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중재자로서의 목회자는 군림하거나 지배하는 직무가 아니라 공동체를 섬기는 것이 유일한 존재 이유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김 교수는 “목회자가 자신의 직무를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소명에서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소명에 대한 확신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비판이나 공격을 불편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점, 특별한 소명 경험이 자신의 직무에 부당한 후광을 덧입히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삶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는 거룩한 삶으로 부름 받았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소명 경험이요 깨달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를 거룩한 삶으로 부르신 하나님을 굳게 신뢰하며, 일상의 거룩을 살아가는 성도들을 돕기 위해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목회자는 일상을 거룩으로 살아가는 교우들과 더불어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자”라고 덧붙였다.

김동춘 교수(국제신대 조직신학)도 오늘날 목회자들이 부르심의 이중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사로서 부름 받은 것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한 가장의 아버지로서의 부르심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 이에 그는 “목회를 위해 자녀양육을 외면하고 가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물질 사용 및 교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통제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회 운영에 있어서는 평신도 그룹의 협조와 동의를 얻어가면서 진행해야 하고, 납세 문제 등 사회 일반에서 통용되는 규칙과 법적 의무 규정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그는 “목사는 설교와 행위의 일치, 사회의 정상적인 시민교양을 습득한 교양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회자의 핵심 자질 “책망할 것이 없어야”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는 바울의 목회서신을 중심으로 신약성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목회자의 자질에 관해 발제했다.

먼저 목사는 책망할 것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는 △한 여자의 남편이어야 한다 △절제하고 신중하며 단정하고 나그네를 대접하는 자라야 한다 △술을 즐기는 자가 아니어야 한다 △구타하지 않고 온화하며 다투지 않아야 한다 △돈을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된다.

또한 가르치기를 잘하고, 자기 집을 잘 다스리며, 최근에 회심한 사람이 아니어야 하고,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받아야 한다.

조 교수는 “신약성서가 말하는 목사는 특별한 계층도 아니고, 선지자도 사도도 아니다. 섬기는 자일 뿐”이라며 “신약성서는 목사가 특별한 사회적 권력과 신분을 지닌 사회적 계층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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