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 개통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역명 문제를 놓고 아직도 논란이 뜨겁다. 코엑스 인근의 한 역이 ‘봉은사’로 명명돼 개통을 앞둔 상황에 대해 한교연이 긴급 토론회를 갖고 서울시에 역명 사용중지를 촉구했다.
 
 ▲24일 오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교연 주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뉴스미션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이하 한교연)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5층 회의실에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양병희 대표회장을 비롯해 이병대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 역사연구소장)가 발제자로 참여해 봉은사 역명 사용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양병희 대표회장은 “서울시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화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이를 대표하는 코엑스를 두고 문화재도 사적도 아닌 봉은사로 역명을 정한 것은 모순”이라며 “과연 이것이 시민을 위한 행정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대화의 자리에 나올 것을 요청했음에도 박 시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만남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는 시민의 소리와 기독교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양 대표회장은 하루 전 봉은사역 공사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시찰 결과 역명, 방향 표시, 간판 색깔 등 온통 불교를 상징하고 떠올리게 한다”면서 “역 근처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부들까지 의문과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독교가 이기적인 태도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기독교만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며 “종교와 정치는 철저히 분리 돼야 하고 이는 기독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병대 목사는 서울시의 역명 선정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할 지역인 강남구청에서 진행한 인터넷 투표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 목사는 “강남구청이 2013년 12월 실시한 역명 추천 투표에서 ‘코엑스’가 ‘봉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음에도 이를 뒤집기라도 하려는 듯 한달 뒤 2차 투표를 진행했다”면서 “당시 불교계가 총동원 돼 결과가 뒤바뀌었고 결국 서울시에는 1안 봉은사역(코엑스역), 2안 코엑스역(봉은사역)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전문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조사된 결과도 아닐뿐더러 강남구청이 1위가 봉은사로 나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시에 결과를 올린 것은 자기들 스스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무너뜨린 것이라며 서울시민을 향한 장난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명수 교수ⓒ뉴스미션

박명수 교수는 서울시가 주장하는 역사와 문화를 고려한 봉은사 역명 지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교수는 “봉은사가 1200년의 긴 역사를 가진 것은 맞지만 문화재도 아니고 오히려 일제 강점기 친일운동에 앞장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특히 일제 말 대표적인 친일인사 김태흡이 봉은사의 주지였다는 점은 봉은사가 역사와 문화 측면으로 봤을 때 역명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코엑스가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라며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세계 정상들이 모였던 ASEM회의와 G20 정상회담 등이 열린 정치의 중심이자 매일 수많은 시민들이 찾는 문화의 중심지”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발제자들은 한 목소리로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특정 종교의 명칭을 역명으로 하는 것은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최근 정부의 특정종교 편향 지원은 이를 부추기는 행위라고 경고했고, 기독교 자체적으로는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연합에 나서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발제 후에 진행된 토론에서는 100만인 서명운동 전개와 전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의뢰 등역명 사용 중지와 변경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양병희 대표회장은 이에 대해 긴급 임원회를 소집해 적극적인 검토 및 실행에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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