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오는 29일 종려주일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고난주간이 시작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기간을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부활을 기다리며 보내기 원하지만 정작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인데, 전통적으로 행해온 음식을 절제하는 금식 외에도 또 다른 의미의 21세기형 금식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소개한다. 부활절까지 앞으로 남은 일주일만이라도 세상의 편리함, 풍족함에서 벗어나 예수만 바라보는 한 주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디어 금식을 하며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정성모 안수집사·한주연 집사 부부 가정이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말씀 묵상을 하고 있다.ⓒ뉴스미션

“미디어 금식 통해 성령님과 동행하는 계기”

“아빠, 종려주일이 뭐예요? 3월이 종료(?)되는 주일인가?”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땅에 들어가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환영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동암교회 정성모 안수집사·한주연 집사 부부 가정의 모습이다. 이들 부부와 세 자녀(하영, 하경, 휘성)는 매년 사순절 기간이 되면 어김없이 미디어 금식을 실천하며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유초등부를 교사를 맡고 있다는 이들은 8년 전 아이들의 예배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 단체를 통해 미디어 금식을 처음으로 접했다. 자신들이 먼저 경험하며 느낀 효과를 교회에도 추천해 지금은 온 교회가 매년 종려주일이 되면 문화선교단체 팻머스와 함께 미디어금식 선포식을 갖고 일주일간 미디어 금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미디어와 관련된 어떠한 것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시작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 시기가 되면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멀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신기해요.”

정성모 집사는 미디어 금식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미디어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지 깨달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미디어 중독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막상 끊고 보니 공허함, 궁금증 등 불편한 부분들이 크게 느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순간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고부터는 사순절이 성령님과 동행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됐다면서 감사해했다.

“과거에는 사순절이라 하더라도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간들을 평소와 다름 없이 그냥 TV나 컴퓨터 앞에서 흘려 보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부분이 찬양, 말씀 묵상, 대화의 시간으로 채워졌어요.”
 
 ▲정성모 집사의 자녀들이 색칠공부를 통해 종려주일 말씀을 묵상하고 있다.ⓒ뉴스미션

정 집사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고 동참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그로 인해 아이들을 혼내기도 해 갈등이 생긴 적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동참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다툼을 만들며 은혜가 깨지자 많이 힘들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채 제 주도 하에 강제적으로 강요하다 보니 가족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이제 아이들에게 이를 억지로 시키기 보다는 함께 말씀을 통해 스스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들은 성경 이야기 그림과 만화, 색칠공부를 통해 부모들은 성경과 묵상집을 갖고 같은 주제를 묵상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자연스럽게 사순절의 의미를 깨닫는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정성모 집사는 몇 년 간 사순절 기간을 미디어와 멀리하는 습관을 통해 요즘은 꼭 그 기간이 아니더라도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부분들의 미디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습관을 심어줄 수 있었다며 고난 주간을 앞두고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미디어 금식을 추천했다.

그는 “단지 미디어를 끊는 것이 예수의 동참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 시간의 불편함을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말씀 묵상과 함께 은혜로운 일주일,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는 일주일을 보내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탄소 금식, 불편하지만 감사 경험하게 돼”
 
정동제일교회 김경은 장로는 또 다른 방법의 금식을 실천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탄소 금식이 그것인데, 김 장로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이하 기환연)의 사순절탄소금식편지를 통해 처음 탄소 금식을 마주 했다며 올해로 6년 째 일상 속에서 탄소 줄이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 금식을 실천하며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는 김경은 장로의 모습ⓒ뉴스미션

“고난주간에 금식을 하고 싶어도 하루 종일 외부에서 활동하다 보니 제약이 많아 늘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렇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은 일상에서 약간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김경은 장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불편한 생활을 자처함과 동시에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이 시기를 보다 예수와 가까워지는 삶을 살려 노력한다. 그는 단순히 탄소 금식만이 아니라 이 시기를 말씀 묵상과 동시에 할 때에 의미가 있다면서 자신 역시 사순절 기간 매일 기환연에서 보내는 뉴스레터를 통해 말씀 묵상을 한다고 전했다.

김 장로가 대중교통 이용하기, 계단 오르기, 미사용 기기 플러그 뽑기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한 탄소 금식은 이제 종이컵 낭비를 줄이기 위한 늘컵 운동,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자는 EM (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 미생물군) 세제 사용 캠페인 등 다양해졌다.

“물론 편한 방법을 두고 일부러 불편함을 택하는 것이 힘들기는 해요. 그래도 사순절 기간 특별히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내가 좀 불편한 것들을 하나씩 내려 놓는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김경은 장로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들을 머리로만 알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지는 않았다며 자신이 탄소 금식을 실천한 후 직접 경험함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연 환경을 감사하게 된 것처럼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동참하기를 소망했다.

“탄소 금식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우리의 편함보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연을 지키는 행동이야말로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모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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