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금식 통해 성령님과 동행하는 계기”
“아빠, 종려주일이 뭐예요? 3월이 종료(?)되는 주일인가?”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땅에 들어가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환영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동암교회 정성모 안수집사·한주연 집사 부부 가정의 모습이다. 이들 부부와 세 자녀(하영, 하경, 휘성)는 매년 사순절 기간이 되면 어김없이 미디어 금식을 실천하며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유초등부를 교사를 맡고 있다는 이들은 8년 전 아이들의 예배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 단체를 통해 미디어 금식을 처음으로 접했다. 자신들이 먼저 경험하며 느낀 효과를 교회에도 추천해 지금은 온 교회가 매년 종려주일이 되면 문화선교단체 팻머스와 함께 미디어금식 선포식을 갖고 일주일간 미디어 금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미디어와 관련된 어떠한 것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시작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 시기가 되면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멀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신기해요.”
정성모 집사는 미디어 금식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미디어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지 깨달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미디어 중독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막상 끊고 보니 공허함, 궁금증 등 불편한 부분들이 크게 느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순간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고부터는 사순절이 성령님과 동행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됐다면서 감사해했다.
“과거에는 사순절이라 하더라도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간들을 평소와 다름 없이 그냥 TV나 컴퓨터 앞에서 흘려 보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부분이 찬양, 말씀 묵상, 대화의 시간으로 채워졌어요.”
정 집사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고 동참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그로 인해 아이들을 혼내기도 해 갈등이 생긴 적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동참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다툼을 만들며 은혜가 깨지자 많이 힘들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채 제 주도 하에 강제적으로 강요하다 보니 가족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이제 아이들에게 이를 억지로 시키기 보다는 함께 말씀을 통해 스스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들은 성경 이야기 그림과 만화, 색칠공부를 통해 부모들은 성경과 묵상집을 갖고 같은 주제를 묵상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자연스럽게 사순절의 의미를 깨닫는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정성모 집사는 몇 년 간 사순절 기간을 미디어와 멀리하는 습관을 통해 요즘은 꼭 그 기간이 아니더라도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부분들의 미디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습관을 심어줄 수 있었다며 고난 주간을 앞두고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미디어 금식을 추천했다.
그는 “단지 미디어를 끊는 것이 예수의 동참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 시간의 불편함을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말씀 묵상과 함께 은혜로운 일주일,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는 일주일을 보내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탄소 금식, 불편하지만 감사 경험하게 돼”
정동제일교회 김경은 장로는 또 다른 방법의 금식을 실천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탄소 금식이 그것인데, 김 장로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이하 기환연)의 사순절탄소금식편지를 통해 처음 탄소 금식을 마주 했다며 올해로 6년 째 일상 속에서 탄소 줄이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난주간에 금식을 하고 싶어도 하루 종일 외부에서 활동하다 보니 제약이 많아 늘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렇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은 일상에서 약간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김경은 장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불편한 생활을 자처함과 동시에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이 시기를 보다 예수와 가까워지는 삶을 살려 노력한다. 그는 단순히 탄소 금식만이 아니라 이 시기를 말씀 묵상과 동시에 할 때에 의미가 있다면서 자신 역시 사순절 기간 매일 기환연에서 보내는 뉴스레터를 통해 말씀 묵상을 한다고 전했다.
김 장로가 대중교통 이용하기, 계단 오르기, 미사용 기기 플러그 뽑기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한 탄소 금식은 이제 종이컵 낭비를 줄이기 위한 늘컵 운동,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자는 EM (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 미생물군) 세제 사용 캠페인 등 다양해졌다.
“물론 편한 방법을 두고 일부러 불편함을 택하는 것이 힘들기는 해요. 그래도 사순절 기간 특별히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내가 좀 불편한 것들을 하나씩 내려 놓는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김경은 장로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들을 머리로만 알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지는 않았다며 자신이 탄소 금식을 실천한 후 직접 경험함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연 환경을 감사하게 된 것처럼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동참하기를 소망했다.
“탄소 금식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우리의 편함보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연을 지키는 행동이야말로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모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