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역단체 ‘크리스천데이트’를 운영하면서 113쌍의 커플이 가정을 이루고 5천 쌍의 커플이 교제하는 것을 지켜봤다는 송유창 대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가정사역자로 잘 알려진 박수웅 장로와 함께 펴낸 <연애나이를 알면 결혼이 보인다>가 그것. 송 대표를 만나 젊은이들의 연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썸’만 타는 교회 오빠, 과연 행복할까요?
송유창 대표가 수많은 싱글들과 커플들을 상담하고 교제의 끈을 이어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연애를 어려워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본질적이고 실제적인 지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6만 명 회원 중에서 교제를 시작한 커플이 5900쌍이에요. 전체 회원의 20% 정도인 셈이죠. 연애 한 번 못해 본 모태솔로를 비롯해 연애 한 달을 넘기지 못하거나 썸만 타다 끝나는 경우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세밀한 조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애나이를 알면 결혼이 보인다>는 연애나이를 단계별로 분류해, 그에 맞는 구체적인 지침들을 제시한다. △유아기: 연애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 △유년기: 2번 이하의 만남에만 머물러 있는 연애 초심자 △사춘기: 한 달 동안 썸만 타다 끝나는 연애 사춘기 △청년기: 1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연애 중급자 △장년기: 결혼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어른아이가 그것.
이 책에는 송 대표가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상담했던 한 남성의 사연이 소개된다. 큰 키와 준수한 외모로 소위 잘 나가는 ‘교회 오빠’였던 그는 늘 친한 여성 친구들이 에워쌌고 ‘썸(이성 간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단계)’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인기가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누군가와 교제를 시작해도 늘 후보가 있다는 생각에 그 관계에 100% 집중하지 못하고, 또 잠시의 위기를 만나면 쉽게 관계를 놓아버리는 경우를 되풀이하기도 합니다.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매력의 요소를 갖고 있고,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단기 연애자’가 상당히 많아요.”
이들에게는 다수의 시선과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송 대표는 이를 ‘연예인 팬클럽’에 비유했다. 단지 팬클럽 멤버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거나 서로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 이러한 구조에서는 관심을 받는 소수도, 그 소수만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다수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이성 관계를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다수의 선망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교회 오빠, 교회 여동생에게 관심을 갖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굳이 말리고 싶지 않지만, 그 관심이 단순히 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만 집중되는 것은 경계해야죠.”
송 대표는 ‘썸’을 타는 기간도 “한 달을 넘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교회 안에 썸 타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은 거 아세요? 친구들이 한 이성을 좋아하는데 서로 그런 사실을 숨기고, 여러 명의 이성을 동시에 좋아하는 청년들도 많고…. 이들을 위한 코칭도 교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이런 미묘한 감정의 단계는 한 달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아요. 서로 착각하고 나중에 상처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젊은이들이 셀프 체크리스트를 통해 ‘이 사람과 교제를 시작해도 될까?’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고백은 언제, 어떻게, 누가 먼저 하는 것이 좋을지, 상대방의 대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까지 상황에 맞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교회 안에서 사귀면 안 된다?…인식 바뀌어야
이 책이 기존의 연애 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와 닿는 이유는 30대 중반인 송 대표가 수많은 청년들과 함께하며 터득한 연애의 정석(?)이 20~30대 미혼 남성과 여성이라면 무릎을 치며 공감할 언어들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송 대표 개인의 체험도 빠질 수 없다.
“한때 완벽한 이상형을 찾아 6년 넘게 솔로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교회 안에서 2년 반 교제를 했는데 이별 통보를 받았어요. 당시엔 솔직히 ‘멘붕’이었어요. 헤어지고 6개월은 거의 정서적 공황 상태였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절하고 교회에 가서도 예배만 드리고…. 이후 하나님께 회개하면서 내 선택이었던 부분들을 인정하게 됐죠.”
이런 아픔과 시행착오가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고백하는 송 대표. 그는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도 건강하게 교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교회 안에서 사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팽배한 것 같아요. 목회자들이 나서서 사귀지 못하게 하고….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교회 안에서 교제하는 청년들이 상담할 수 있는 멘토를 찾기도 너무 힘들어요.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봐요.”
연애와 결혼을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송 대표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연애는 판타지를 걷어낸 ‘관계’이자, 연애 후 마주할 결혼 생활의 모형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신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죠.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