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이 세간의 비판을 받자 교묘한 방법을 이용한 ‘변칙 세습’이 늘고 있다. 특히 세습방지법을 마련한 감리교와 예장통합의 경우, 법망을 피해 담임목사직 세습을 감행하는 교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주최한 '2015 변칙세습포럼'이 26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열렸다.ⓒ뉴스미션

징검다리 세습 등 변칙 유형 다변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26일 오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2015 변칙세습포럼’을 개최하고, 최근 나타나는 교회 세습의 현황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세반연에 제보된 교회 세습의 사례는 총 122건이었는데, 이중 교회 세습이 이슈화된 2013년 이후에만 발생한 세습 건은 모두 28건이었다.

그리고 28건의 사례 중 12건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직접' 물려주는 통상적인 세습이었지만, 나머지 16건은 모두 변칙 세습이었다.

세반연은 “세습반대운동 및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부터는 변칙 세습 사례가 직계 세습 사례보다 많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역전 현상은 세습방지법이 통과된 기감과 예장통합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교회들이 행한 변칙 세습의 유형은 다양했다.

모교회 자체를 분립시키거나 지교회 개척 후 교인 일부를 파송해주는 ‘지교회 세습’, 일시로 허수아비 담임목사를 청빙한 후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위장세습), 2개의 교회가 상대 교회의 목회자 아들을 서로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교차 세습’ 이외 ‘사위세습’ ‘동서간 세습’ ‘다자간 세습’ 그 모양도 여러 가지였다.

세반연은 “2013년 이후 세습 유형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향후에도 다양한 세습 방식을 추적하고 단속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그러나 단일 유형으로는 직계세습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목회세습방지법을 도입하고 강제하려는 노력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감리교 ‘위장 담임자’ 세우는 변칙 세습 늘어

이날 세반연 포럼에는 2012년 감리교 세습방지법 장정개정위원으로 참여했던 황광민 목사가 발제자로 나서, 감리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장 담임을 통한 징검다리 불법세습’ 문제를 지적했다.

감리교는 당시 세습방지법에서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감리교의 교회 세습 사례는 주요 교단들 중 가장 많았다. 법은 마련됐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습을 감행하는 교회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감리교회는 은퇴한 무임목사를 1년 간 위장담임자로 세웠다가 아들 목사를 담임으로 세웠다. 강남의 또 다른 감리교회는 정회원 1년급의 어린 목사를 위장담임자로 세웠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아들 목사를 담임자로 세웠다. 아버지와 아들이 ‘연속해서’ 담임자가 된 것은 아니니 합법이란 주장이다.

황 목사는 “위장담임자를 세워 불법적인 징검다리 세습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세습을 전제로 세우는 목사는 담임목사가 아니다. 이런 허수아비 위장담임자는 원천무효다. 일반사회에서도 위장은 불법이요 사기로 판단하는데 어찌 교회가 위장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올해 징검다리 불법세습을 막기 위해 서울연회에 건의안을 제출하고 통과시켰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불법이라도 감행하는 변칙 세습의 현상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확보를 위한 부의 대물림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저성장 지속, 복지국가 쇠퇴, 능력주의 쇠퇴, 세습 자본주의의 공고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회 세습은 한국사회의 세습 자본주의의 교회적 현상”이라며 “변칙 세습의 욕망을 끊어내려면 교회 사유화를 향한 퇴락한 사고에서부터 교회에 대한 공교회적 존중과 의식으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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