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기독교인이 하나님보다 돈과 마켓을 더 중시하는 영성의 위기야말로 교회를 패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다. 나눔과 돌봄보다는 나의 복과 재물을 추구하는 교회, 적당한 봉사 활동과 헌금으로 자신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적 행동을 합리화하는 교회는 진정한 신앙공동체가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마켓공동체일 뿐이다.”

<2020 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 2>의 공동 저자였던 최현식 박사(미래교회연구소 소장, 예수나무교회 담임)가 최근 <돈의 속삭임, “네가 곧 신이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펴냈다. ‘자본 없이도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출발하는 이 책은 한국교회 위기의 진원이 바로 ‘마켓’이라고 이야기한다.

교회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신(神), ‘마켓’
 
 ▲최현식 박사가 펴낸 <돈의 속삭임, "네가 곧 신이다">

“얼마 정도면 가족 혹은 친구와 관계를 끊을 수 있겠습니까?”

언젠가 한 방송국에서 한국인의 돈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저자 최현식 박사는 “방송국의 이 설문에 10억 원 이상이면 끊을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이 53%였다”며 “한국교회의 리더들과 기독교인들은 과연 얼마나 돈과 시장에서 자유로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 위기의 진원지에 ‘마켓’이 자리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켓이라는 신(神)이 단순히 욕망을 채우는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종교가 되어 복음공동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교회와 기독교인이 하나님보다 돈과 마켓을 더 중시하는 영성의 위기야말로 교회를 패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다. 나눔과 돌봄보다는 나의 복과 재물을 추구하는 교회, 적당한 봉사 활동과 헌금으로 자신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적 행동을 합리화하는 교회는 진정한 신앙공동체가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마켓공동체일 뿐이다.”

미국 메가처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수정교회의 몰락. 저자는 한 때 만 명 이상의 성도가 모였던 수정교회의 몰락이 한국 대형교회의 오늘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고 말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어느 특정 부류에만 나타나지 않으며, 영적 무감각 현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교회는 재정의 불투명성, 목회자의 영적 도덕적 자질 문제, 직분자의 타락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형교회는 목회자의 자질 문제, 전도의 약화, 재정건전성 약화, 평신도들의 작은교회 기피 현상 등의 이유로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어 “많은 영적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영적 무지와 무감각에 빠져 위기의식 없이 살고 있는 것 같다”며 “교회는 곧 건물이라는 사고를 깨지 못하고 있고, 교인들은 그리스도인이라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면서도 스스로가 그리스도인이라 여기는 자기기만 상태에 빠져 있다”고 일갈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비단 교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교회의 몰락은 곧 개인의 몰락으로 연결된다”며 “비정상적인 교회의 가르침은 그대로 개인, 교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마켓의 노예가 되면 복 이외의 것 관심 없어”

우리들이 꿈꾸는 미래의 삶은 어떤가. 사람들은 흔히 돈이 있는 삶을 원한다. 돈이 있어야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사람들은) 돈으로 자신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돈이 있어야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고, 돈이 있어야 지배당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결국 돈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돈이 있는 자가 신의 힘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 있는 자가 신의 힘을 갖게 되는 것, 다시 말해 돈이 곧 신이 되는 것이다.

“마켓의 노예가 되면 복 이외의 다른 모든 것들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따라서 마켓이 주는 것만 원하는 자들은 예수, 복음, 경건, 거룩, 성화 같은 신앙의 핵심을 주관심 대상에서 제외한다. 수치심의 폐기에 이르러 마켓의 노예화는 정점을 찍는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려는 속물근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에 저자는 한국교회가 부(富)와 성공, 건강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중심주의, 고독, 피상성, 왜곡된 소비자 중심주의, 수치심의 상실과 같은 영적 실패의 반복을 피하는 것이 바로 영적 준비의 핵심”이라며 “부의 창출로 엄청난 성공과 성공에 합당한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왜곡된 가짜들이었음을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제는 부의 복음이 전혀 효력이 없는 시대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다가올 부유한 시대를 대비해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 없이도 감사할 수 있는 훈련 필요해

저자는 이 책에서 세 가지 준비를 제안한다. 첫째, 지난날의 하찮은 예배를 버려라. 둘째, 예수님의 DNA가 꿈틀거리는 믿음을 회복하자. 셋째, 조건이 없어야 헌신이다.
 
그는 “예배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모여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그분만을 찬양하며 경배하는 시간”이라며 “‘하나님 앞에 모인다’는 개념이 사라지면 하나님을 높여드리는 예배에서 각 개인의 ‘나를 위한 예배’로 전환된다. 이것이 바로 마켓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공동체가 예배를 성공의 도구, 일종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자연히 ‘하나님 앞에 모인다’는 개념이 사라지게 되고, 나를 위한 예배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면 안 된다’는 마켓의 논리가 예배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봤다.

복음공동체가 마켓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예수님의 DNA가 꿈틀거리는 믿음, 즉 십자가의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다.

“바쁘고 힘든 현대인들은 선교, 구제, 장학 헌금을 드리는 것만으로 선교, 전도, 구제, 섬김의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 돈을 보내면 선교를 감당한 것이고, 돈만 내면 전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돈이 가는 곳에 몸이 가야하는데, 돈이 갔으니 몸은 다른 사람이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십자가가 돈 몇 푼이라는 말인가?”

저자는 “헌신의 기본은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하는 것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라면 그것은 헌신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는 상인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지 않다”며 “헌신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기브 앤 테이크 즉 주고받음을 통해 번영을 누리고 싶어서”라고 지적했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복음공동체 안에 ‘돈 없이도 감사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복음공동체를 온전하게 세우길 바라는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본이 충분해야만 감사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본이면 충분하도록 창조하지 않으셨다. 자본이 조금 모자라서 힘들어도 감사가 가능한 것은 감사할 이유가 십자가에 있어서다. 복음공동체를 세워 세상을 변화시키길 원한다면 자본 없이 감사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본이 조금 모자라도 십자가로 만족할 수 있는 십자가 공동체, 복음공동체로 세워질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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