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CCM 아티스트들의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는 나니아의옷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독교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매주 주일이 되면 주님의숲교회 예배가 드려지는 공간으로 변한다. 이번 교회탐방 시간에는 지친 이에게는 쉼을, 새 힘을 얻은 이들을 통해서는 열매 맺는 사역을 꿈꾸고 있는 주님의숲교회 이재윤 목사를 만나봤다.
 
▲주님의숲교회 이재윤 목사. 교회 개척과 동시에 기독교 복합문화공간 나니아의옷장 사역도 시작했다. ⓒ뉴스미션
 
"교회는 '숲'처럼 안식을 누리고 열매를 맺는 곳"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25일 오후, 나니아의옷장을 방문한 기자를 맞이한 건 이제 막 설거지를 시작한 이재윤 목사의 뒷모습이었다. 화요일 성경공부 후 남은 설거지는 보통 자신의 몫이 된다고 웃으며 말하는 이재윤 목사의 모습에서 목회자로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졌다기보다는 언제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은 주님의숲이라는 교회 이름에도 잘 나타나있다. 교회가 어떤 모습을 가진 공동체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숲’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교회가 숲이 돼서 누구라도 와서 안식을 취하고, 사람들이 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또 힘을 얻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숲으로 초대하기도 하고요. 숲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는데, 주님의숲교회도 일사 분란한 조직이 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지면서 함께 열매 맺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됐어요,”
 
그래서일까, 주님의숲교회는 특별히 성경공부 말고는 다른 교회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주보 마지막에는 아예 ‘한가한 오후’라는 순서까지 있었다.
 
이 목사는 “의식적으로라도 교회에서 무언가를 많이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가한 오후라고 적은 건 상징적인 의미였죠”라며 “현대인들이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데 교회에서라도 쉼을 얻으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한지 이제 1년을 채워가는 개척교회이지만 꾸준히 빼먹지 않은 것이 매주 화요일마다 해온 성경공부다. 3개월마다 성경 텍스트와 책 나눔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고 있다.
 
성경공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목회자가 다 정하지는 않는다. 주제선정은 성경공부에 참가하는 이들이 철저한 토의를 거쳐 결정한다. 진행도 목회자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서로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눠지도록 대화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이런 식으로 요한계시록과 김형국 목사의 <풍성한 삶의 기초>. 2015 성서한국 자료집 <공동체, 성경에서 만나고 세상에서 살다>, 월터 브루그만의 <안식일은 저항이다> 등을 함께 공부했다.
 
‘밥상’에서 자연스럽게 교제 나눠요
 
또 주님의숲교회만의 특징이라면 ‘밥상(식탁) 공동체’와 ‘작은교회’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도 어느 교회보다도 성도들이 같이 밥을 해먹었다는 것이다. 성경공부가 있는 화요일, 찬양팀 연습이 있는 토요일, 모두가 같이 예배 드리는 주일까지 적어도 일주일에 3일을 각자가 자발적으로 준비한 음식들을 함께 나눈다.
 
이 목사가 직접 요리를 할 때도 많다. 그의 페이스북을 조금만 살펴봐도 성도들과 함께 나눈 음식 사진으로 가득하다. 10년 동안의 목회를 돌아봐도 성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준 경험은 이 목사에게도 특별했다고 한다.
 
“규모가 있는 교회 청년부에서 사역하기도 했지만,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밥 한 끼를 만들어 대접한다는 것이 정말 새로웠어요.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교제가 이루어지게 됐죠. 한 식탁에서 자주 보니까 친해지고, 삶을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작은교회에 대한 생각도 뚜렷했다. 주님의숲교회는 평균연령 36.8세로 주로 30~40대가 출석하고 있다. 기혼자도 있지만 대부분 미혼이다. 현재는 20여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예배에 나오고 있다.
 
이 목사는 지금의 공간에서는 최대 40명 정도가 공동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예상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분립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이 역시도 목회자가 결정한 사항을 따르는 식이 아니라 성도들과 충분한 논의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었다.
 
“온 성도가 함께 문화사역에 힘쓰고 있죠”
 
나니아의옷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시작된 문화사역은 교회 개척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평소에 이 목사가 문화사역을 돕는 교회공동체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니아의옷장’이라는 이름은 기독교 문화와 세상이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람에서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라는 책에서 따왔다.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사역했던 경험도 문화사역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니아 연대기>라는 책에 나오는 옷장이 떠올랐어요. 옷장을 열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만날 수 있는데, 작고 허름한 공간이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복음에 기초한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CCM 아티스트들의 정기공연이 열리는 나니아의옷장. (나니아의옷장 제공)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정기공연은 물론, 때때로 여는 페스티벌까지 숨가쁜 공연 일정들을 기획하고 있지만 어려움도 많다. 척박하기만 한 기독교 문화사역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존 자체가 힘든 순간들을 종종 겪는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이 공간 하나도 마련하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죠. 우스갯소리로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멤버들과 나누기도 합니다. 정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나니아의옷장의 목표는 이 공간을 통해 기독교 문화 생태계가 선 순환되는 것이다. 좋은 뮤지션들이 마음껏 공연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관객들도 언제든 이런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관객들의 반응은 아직 미미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점점 나니아의옷장을 알아봐주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이 목사는 말한다. 그럼에도 정기공연이 열리는 금요일에 20명에서 30명 정도의 관객만 정기적으로 온다면 공연을 준비하는 쪽이나 뮤지션들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박한 바람도 내비쳤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주님의숲교회와 나니아의옷장 사역 모두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성도들도 이 목사와 함께 때로는 물질로, 봉사로 문화사역을 돕고 있다.
 
“주님의숲교회 공동체 식구들은 하나님을 계속 알아가기 위해 함께 여정을 떠나는 동반자들이에요. 이런 모습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길 중에 하나 정도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분량으로 작은 숲을 만들려고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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