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감은 교단 중 최초로 목회자 이중직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한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적 허용이었지만,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논의만 무성하던 상황에서 획기적인 시도였다는 평가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현실로 다가온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교단들은 목회자 이중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교단 최초로 목회자 이중직 관련 법안을 마련한 기감의 임시입법의회 모습ⓒ뉴스미션

”’무조건 금지’만이 능사 아냐”
 
천막을 만들며 생활비를 충당했던 사도 바울, 파트타임 목수와 숙박시설 운영 등 일곱 가지 직업을 가졌던 종교개혁자 루터, 이들의 모습은 현재 한국교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중직 목회자의 전형이었다.
 
오늘날에도 선교 현장에서는 다른 직업을 병행하면서 자비량으로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삼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아직까지 목회자들의 이중직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장합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교단이 목회자 이중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기감에서 목회자 이중직을 일부 허용하기 전까지는 지난해 예장통합이 관련 연구위원회를 꾸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선 목회자들에게는 이중직을 갖는다는 것이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2년 전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가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66.7%는 월 사례비로 당시 4인 가족 월 최저 생계비인 163만 원(현재는 166만 8329원)도 받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아예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목회자도 15%나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잖은 목회자들이 생계를 위해 또 다른 직업을 찾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중직을 갖고 있는 목회자 중에는 생계적인 이유 외에도 무보수 목회, 선교 영역 확장 등 특별한 소명에 따라서 겸직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목회자 이중직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교회가 지금까지의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재영 교수ⓒ뉴스미션
폭 넓은 시각으로 논의ㆍ검토 이뤄져야

오랜 기간 목회자 이중직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조사 결과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했거나 하고 있었다”고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목회자 이중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목회자는 목회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목회자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목회자 이중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정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과거 각 교단에서 목회자들의 이중직을 금지했을 때는 주로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신학교수 등을 겸직함으로써 수입원을 두 가지 이상 갖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면, 지금의 요구 상황은 그것과는 정반대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중직을 가진 목회자들이 생계 유지만을 목적으로 겸직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목회자 이중직의 유형은 △생계형 외에도 △자비량형 △선교형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자비량형 이중직은 목회 활동에 있어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업 활동을 통해 이를 충당하는 것이고, 선교형 이중직은 더 나아가 직업 활동 자체를 선교 활동의 일부로 인정해 목회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이중직에 나설 것을 주장한다.
 
실제로 이 같은 목적으로 이중직에 나선 목회자들은 목회와 일을 병행한 뒤 오히려 교인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됐으며, 기존 사례비로 사용되던 성도들의 헌금을 선교 등의 일에 사용함으로써 교회가 건강해짐을 느낀다는 등의 장점을 역설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교단들이 목회자 이중직을 논의하는 데 있어 현장 속 다양한 요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계 중심으로만 이중직을 허용하다 보면 자칫 어떤 일이든지 용납할 수 있다는 안일한 인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논의와 연구가 교단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목회자들이 할 수 있을 만한 직업을 파악하고 개발하고 소개하는 작업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목회자 이중직 사안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