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 교수ⓒ뉴스미션
만일 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성경은 무엇이라 말할까?

인간의 두뇌를 닮은 강한 인공지능은 가능할까? 현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은 결국 기계에 불과한 물질로 된 로봇일 뿐이다. 즉 인격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인공지능의 출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언제 나타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설득력이 있다. 물론 가설이지만, 만일 인간처럼 자의식을 지니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자손을 퍼트릴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기독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것은 과연 성경이 말하는 인간 고유의 영혼의 존재와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에 관한 가르침에 위배되는 불경한 상상인가? 또한 그런 인공지능이 나타나는 것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아야 하는가?

성경은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형상이란 무슨 뜻인가? 이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닮게 만들어져 세상을 하나님의 대리 통치인으로 그분의 원칙대로 보존하고 다스릴 역할을 맡았다는 뜻이다.

기독교 전통 신앙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 고유의 영혼을 지닌 존재다. 기계가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영혼을 지닌 존재는 아니지 않는가? 인간이 자의식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는 있어도 영혼을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그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영역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일 뿐 하나님은 될 수 없듯이, 인공지능도 인간의 형상일 뿐 인간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성경에서 번역어인 ‘영혼’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말 성경에서 영혼으로 종종 번역된 구약의 ‘nephesh’나 신약의 ‘pneuma’의 개념은 우리말 ‘영혼’이나 영어의 ‘soul’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뿐 같은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흙으로 만드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셔서 인간이 생령(living being)이 되었다고 한다(창 2:7). 생물이나 생명체로 번역된 ‘nephesh hayah’는 창세기에 6번 사용됐다(1:20, 21, 24, 30; 2:19). 여기서 nephesh hayah는 구약에서 사실 인간 고유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목숨 혹은 생명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창세기 2장 7절의 내용은 인간이 흙이 아닌 생명체(living being)가 되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물질적인 부분인 흙으로 먼저 만드시고 추가로 영혼을 따로 창조하셔서 각 사람에게 넣어주셨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창세기 본문은 흙에 불과한 인간이 추가적인 ‘영혼’을 ‘받아서’(receive) 온전한 인간이 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흙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 하나님의 숨으로 생령(살아있는 존재)이 된 것(became)이라 말한다.

인간의 영혼의 기원이나 존재에 대해 성경은 그리 많은 정보를 주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 기능에 관해 말하는 부분이 많다. 가장 큰 기능은 하나님과 특별하게 관계할 수 있음이다.

기독교적 인간론에서 인간은 영과 몸으로 이루어진 존재지만 확연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인간의 영과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둘의 분리는 죽음을 의미하며, 이 둘이 같이 있을 때만 온전한 인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인간은 영과 몸으로 이루어진 이분법적인 존재지만 심층적으로는 일원론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둘이면서 하나라는 이 인간론은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몸의 부활은 필수다. 몸이 없이는 온전한 인간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혼만 따로 천국에서 영원히 편하게 산다는 생각은 헬라적인 영향이지 성경의 신앙은 아니다.

특별하게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고 해도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인 것은 틀림없다. 그 이유는 인간이 어지간히 똑똑하거나 잘나서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이 인간과 맺은 언약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신다. 하지만 아무리 못났을지라도 인간만이 하나님과 특별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다. 설사 정신지체장애인으로 지능이 부족해도 그는 존엄한 인간인 것과 마찬가지다.

타락 이후 인류가 아무리 엉망이고 탐욕덩어리로 변질됐어도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상태 때문이 아니라 인간과의 특별한 언약 관계 때문에 지속될 것이다. 그 언약의 목적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답게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가운데 살고 서로 사랑하며 세상에 하나님의 대리자로 그분의 통치를 실현하며 하나님을 드러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나 언젠가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4차원과 양자역학뿐만 아니라 설사 창조의 원리와 영적인 분야까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위치가 격하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보다 훨씬 영적이고 뛰어난 천사들도 흠모할 정도로 하나님에게 위대한 존재다. 오직 하나님의 목적을 위한 은혜의 언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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