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은 집 밖을 나서면 어딜 가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음식점, 카페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 아이와 엄마 모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키즈카페가 아니다. 한 끼 식사를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파는 '핸드맘'에는 반찬가게 그 이상의 '특별한' 뭔가가 있다. 
 
 ▲반찬가게 '핸드맘'은 내부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꾸며 손님들이 편히 쉬다갈 수 있도록 했다.ⓒ뉴스미션

반찬가게가 지역 내 젊은 엄마들의 사랑방으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반찬가게 '핸드맘(HAND MOM)'. 이곳은 여느 반찬가게와는 다른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보통의 가게들이 원하는 반찬을 골라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핸드맘은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핸드맘을 찾은 사람들은 반찬만 사러 오는 게 아니다.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로 늘 북적이는 이 곳. 기자가 찾은 이날 역시 가게 안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주부들로 가득 차있었다. 단순히 사람이 많은 것 뿐만 아니라 한쪽에서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케이크 만들기 수업이 진행 중이었고, 아이들은 쉴새 없이 가게 안을 뛰어 놀고 있었다.
 
이들이 반찬가게에 와서 원하는 반찬을 구입했음에도 바로 돌아가지 않고, 가게 안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핸드맘의 내부는 반찬가게라기 보다 하나의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여러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으며, 한쪽에는 여러 명이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있다.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히려 메뉴판 아래 진열대에 놓인 반찬들이 어색해 보일 정도다.
 
 ▲신경선 대표ⓒ뉴스미션
 
반찬가게가 이러한 모습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인, 젊은 엄마들을 향한 신경선 대표의 배려가 반영된 결과다.
 
서른 다섯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주부들이 아이들 육아와 식사 준비 등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이는 신 대표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다.
 
"아기를 낳아 키우면서 우울증이 왔어요. 온 신경을 육아에만 쏟으며 하루 종일 정신 없이 보냈던 탓도 있겠지만, 결혼을 하고 처음 온 낯선 동네다 보니 갈 곳이 없더라고요. 이 시기에는 오로지 시장과 교회, 집만 오갔던 것 같아요. 그나마 간 교회에서도 아기를 돌보느라고 예배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죠. 그렇게 아무와도 소통하지 못한 채 매일을 지낸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고, 신 대표는 부모님께 물려 받은 요리 실력을 살려 반찬을 만들어 나갔다. 이 자리에는 그 외에도 각자의 재능을 살려 참석한 많은 젊은 주부들이 있었다. 대부분 신 대표와 같이 결혼 후 육아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재능을 묻어둔 채 단지 엄마로만 살고 있었던 이들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준비해 간 반찬을 높은 관심 속에 전부 팔았을 뿐만 아니라, 함께 나온 또래 주부들과 어울리며 오랜만에 즐거움과 위로를 경험했다. 이것이 현재 동작구 내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잡은 핸드맘의 시작이다.
 
"핸드맘은 한 마디로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이 편하게 와서 식사하고 교제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엄마들은 어디를 나가더라도 아이들 때문에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도, 차를 마시지도 못하죠.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늘 눈치를 보며 있어야 하는데 불편하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나눔과 교제는 아마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여기저기를 뛰어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이 오히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가게에서 팔고 있는 반찬들의 맛과 영양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현재는 서울 전 지역에 배달도 하고 있다.ⓒ뉴스미션

반찬가게 내 놀이방과 배움ㆍ나눔 공간까지

핸드맘 내부에는 아예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책이 가득한 놀이방이 따로 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노는 동안 엄마들도 편하게 식사와 교제를 나눌 수 잇다. 일반 식당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며, 이곳이 반찬가게라고 생각했을 때는 더더욱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지역 내 육아 커뮤니티와도 연계해 재능 기부를 통한 다양한 수업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외국어 교실, 종이접기 교실뿐만 아니라 엄마들 서로가 각자의 재능을 살려 베이킹 수업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육아로 힘들어 하던 이들이 이곳에 와서 아이들에게는 맘 편히 교육을 시키고, 스스로도 배움과 나눔을 통해 자연스럽게 위로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부들이 외출 뒤 식사 준비 때문에 마음이 분주한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맘껏 시간을 보내다가도 가기 직전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반찬을 사갈 수 있기에 부담이 없다. 비로소 핸드맘이 반찬가게로서의 역할을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단지 편하다고만 해서 발걸음이 잦지만은 않을 터. 반찬가게 본연의 기능인 맛과 영양 역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처음 동작구 주변에서만 하던 배달 서비스가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서울 전지역서 단체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핸드맘에서는 다양한 모임이 펼쳐지는데, 그 중에는 크리스천 엄마들의 기도모임도 있다. 교회에서는 아이를 보느라 예배와 교제 모두 애로사항이 많기에 이곳에서 모여 삶을 나누고 함께 중보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모임의 이름은 비기독교인들도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힐링모임이라고 불린다.
 
"한 번은 믿지 않는 분이 저희 모임에 오셨는데 개인적인 어려운 일로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저희들은 함께 들어주고 공감해주기 위해 노력했고 함께 진심으로 기도해줬죠. 나중에 그 분께서 그 시간을 통해 위로 받고 치유됐다고 고백하시더라고요.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했는지 몰라요. 우리들의 모임을 통해 변화되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 정말 기쁩니다."
 
이 일을 시작한 뒤로 우울증을 극복했고,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이들 또한 이것에서 자유로워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신경선 대표. 그는 앞으로도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주부들이 이 공간에서 쉼을 통해 힘을 얻고, 나눔을 통해 위로와 변화를 경험하게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저는 단지 공간을 제공하고 제가 만든 반찬을 팔았을 뿐인데, 오히려 많은 분들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로 돈도 벌면서 감사 인사까지 들으니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젊은 엄마들에만 초점을 맞춰 얘기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핸드맘을 찾는 모든 분들이 기쁨을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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