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국 목사ⓒ뉴스미션
최근 필리핀을 다녀왔다. 유학하는 한인 기독 대학생들과 식사를 하면서 그들의 애환을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을 한국에 두고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들도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년 전 말레이시아 한인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할 때 청중의 절반은 유학생과 어머니들이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선교지에서 선교사 자녀들도 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필자는 지난 4년 간 선교 현장을 누비면서 우리의 기독 교육 철학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본다.

기독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기독(Christ)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 은총의 핵심으로, 예수님을 통한 인류의 구원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 본질이 있다. 교육은 일반 은총의 영역이며 또 다른 본질의 모습을 갖고 있다.

기독(교) 교육 = Christian(특별 은총) + 교육(일반 은총)

이 둘의 관계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호의존적 관계를 갖고 있는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며, 차별적이지 않고 구별적인 동전의 양면과 같은 구실을 한다. 우리는 그간 교육을 크리스천에 종속시키거나 또는 크리스천 영역을 감소시켜 교육을 강조하는, 즉 신학교적 또는 세속화된 기독교 학교를 많이 봐왔다.

기독 교육의 이념을 재설정한다

첫째,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 의존적 사색으로 교육을 기획하고 실천해가야겠다. 하나님의 계시는 특별 계시인 성경과 일반 계시인 양심, 도덕률, 일반 학문, 자연 현상, 지도자의 가르침 등에서 구현되는 오늘날의 하나님 말씀이다. 특별 계시는 이미 완성됐으며 문자화 되면서 좀 더 객관화돼 있지만, 일반 계시는 상대적으로 주관성이 게재되어 특별 계시의 조명을 받거나 교회 지도의 가르침이 병행돼야 한다. 즉 성경만이 계시의 전부가 아니라, 성경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하나님의 계시가 일반 교육의 영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기대의 추구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독특한 기독교 철학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하나님 계시 의존 사색을 하면서 발견되는 기독 교육의 창조성과 독특성을 의미한다.

▲정체성 있는 교육

우리는 기독인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현지 자녀들에게도 기독교인과 현지인의 정체성을 배양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분별한 조기 외국어 교육을 반대하며, 정체성이 확보되기까지 그 정체성 언어가 갖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 언어 발달과 정체성 정립에 최선을 다한다. 그때까지는 영어 등 외국어가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한다.

▲국제성 개발 교육

우리는 국제적인 지도자를 키우기를 원한다. 적어도 국제 감각이 있는 현지 지도자로 교육시키기를 원한다. 영어가 물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지만, 국제 교육은 영어 교육과 동일시하지 않고 국제 언어의 한 언어임을 인식시킨다. 국제 언어는 상대적일 뿐이며 영어?불어 등은 강자들의 언어일 뿐이다. 이것을 이 세대에서 가르치듯 보편적 국제어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어, 러시아어도 국제어가 될 수 있으며, 한국어 및 인니어도 국제어가 될 수 있는 점을 인식시키자. 따라서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수치감을 버려야 하며, 식민 통치자들이 심어놓은 강자 위주의 철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어가 상호호혜 그리고 존중적으로 취급돼야 하며, 언어에 대한 차별성보다는 구별성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사역성 또는 사업성 개발 교육

우리는 MK(선교사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선교지로 하나님에 의해 보내졌다(이것이 바로 성경에서 의미하는 선교의 의미이다)는 것을 믿는다. 따라서 MK들도 선교자(Missionary Beings)라고 말할 수 있다. 선교사 또는 선교자는 보내어진 땅의 언어와 문화를 익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MK들이 그것을 망각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그 부모들의 책임 또한 크다. 

필자는 MK가 정체성 언어로서 한국어, 국제성 언어로서 영어 또는 기타 강국어, 그리고 사역성 언어로 현지어(예를 들어 인니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오랜 연구와 관찰에 의하면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정체성 언어를, 초등 3학년부터 국제 언어 몰입 교육을, 그리고 초등 5학년부터는 사역성 언어를 추가해 교육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확신하게 됐다. 서유헌 교수와 이남이 박사 등 조기교육 반대론자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 뇌가 완성되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정체성 언어 교육으로 뇌 건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하자.

또한 완벽한 이중언어(Perfect Bilingual) 구사는 10살 때(초등학교 4학년)부터 새로운 언어모임으로 가능하다는 미국 언어심리학자들의 리서치를 참조하도록 하자. 미국에 이민 온 수많은 민족들의 자녀들 중에 완벽한 이중언어인 경우는 바로 10세 때 미국에 부모와 함께 이민 온 자녀들임이 밝혀졌다. 뇌 건강학자들의 주장과 미국 언어학자들의 주장이 상호보완적으로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셋째, 사역성의 철학이 필요하다. 사업성 또는 사역성에 있어서는 우리와 현지 지도자들의 자녀들이 사역을 하거나 사업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가 바로 선교 현지라는 점이다. 그 땅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체성과 국제성을 확보한 자녀들이 현지어 및 문화까지 통달한다면 현지 사역 및 사업에 큰 지도자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0여 년 간 한국 선교사들의 자녀교육은 큰 시행착오가 있었던 바, 상당수 선교사들이 그들의 MK를 미국형 또는 서구형 국제학교에 입학시키고, 영어 위주의 국제교육을 시키면서 정체성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은 MK들이 많이 양성됐다. 그들의 상당수는 미국 또는 유럽 선진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그곳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한국으로 오고 싶어도 한국어가 어눌하고 선교 현지어도 못하기에, 갈 곳은 미국 등지가 되고 말았다. 너무나 많은 MK들을 미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큰 걱정은 남자의 경우 군대 문제가 된다. 어느 MK는 군대 복무 중 말이 조금 어눌하여 왕따가 되고 상사에게 너무 심한 구박으로 육군종합병원 정신과에 입원, 의가사제대를 한 사실도 있다. 

필자는 미국 및 서구에서의 대학 교육을 반대하지 않는다. 선진 학문을 이수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문제는 목적이 이끌지 못하는 선진 교육은 아이들이 미국 등지의 세속 사회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체성의 강은 한 번 건너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강이기에, 어린 시절의 정체성 교육이 중요하다. 필자는 두 자녀에게 순차적으로 한국어, 영어, 인니어를 배우게 했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경험했다. 큰 아이는 4개 국어, 작은 아이는 5개 국어를 구사하고 중국과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필자는 선교 현지에서 사업에 성공한 수많은 크리스천 또는 일반 비즈니스맨들이 현지에서 자녀들에게 사업을 일으키고 대물림 시키기 위해서 현지어 교육에 힘쓰는 것을 보아왔다. 그들 중 상당수는 미국보다 한국에 보내 대학 교육을 이수하게 한다. 또한 일부는 현지의 유명 사립대학 영어과 또는 영문과에 입학시켜 3개 국어 구사 및 현지의 수많은 정치, 경제 지도자 자녀들과 친구 관계를 맺으며 대학생활을 보내게 한다. 필자는 현명한 청지기의 모습을 보며 많이 감탄했다. 그들의 지혜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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