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전복남 형제와 신부 김히경 자매는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맞아 영원히 사랑할 것을 하나님 앞에 약속하시겠습니까?”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손을 얹고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홀트아동복지회의 38번째 장애인 부부 전복남 씨와 김히경 씨가 25일 오전 11시 백년가약을 맺었다.ⓒ뉴스미션 

홀트아동복지회, 38번째 장애인 부부 결실
 
신랑 전복남(58) 씨와 신부 김히경(60) 씨는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홀트아동복지회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장애인 가족들이 참석해 이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엔 헤쳐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먼저 용기를 낸 건 신랑 복남 씨. 그는 지난해 겨울 미리 준비한 화장품을 선물로 건네며 히경 씨에게 청혼했다. 히경 씨도 복남 씨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터라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홀트아동복지회 직원들은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이 가정생활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두 사람을 보고 응원해주기로 마음했다.
 
주례를 맡은 홀트교회 김주현 목사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며 “60년 만에 얻은 귀한 사랑을 통해 삶의 여정을 넉넉히 견디는 부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홀트일산복지타운 김경주 원장은 기도로 축사를 대신했다. 김 원장은 “두 분이 일구어갈 인생 여정에 크신 은총을 내려 주시고 때로는 아픔과 고난이 있더라도 사랑으로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라고 진심 어린 기도를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전하기도 했다. 홀트아동복지회 직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냉장고, TV, 세탁기, 청소기 등 신혼살림을 장만해줬고 몽유애 웨딩, 고릴라 스튜디오 등 업체들이 무료 드레스 대여, 사진 촬영 등으로 예식을 도왔다.
 
신부 김히경 씨는 “앞으로 비행기 타고 여행도 다니며 재밌게 살고 싶어요. 같이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게요”라며 인사를 전했다.
 
전복남·김히경 씨 부부는 홀트아동복지회가 낳은 38번째 장애인 부부다. 이들은 독립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홀트일산복지타운 내에 있는 공간에서 신혼살림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복지타운 관계자는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꿋꿋이 이겨내리라 믿는다”며 “독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이 정성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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