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터키 해변에서 세 살배기 아이의 시신이 떠내려 온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 계기로 각국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겠다 했지만, 우리나라 인천공항에는 28명의 시리아 난민이 6개월째 송환대기실에 무기한 생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공항에 갇힌 난민들의 실태를 보고하고, 우리나라 난민법의 맹점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와 대한변호사협회가 26일, 한국공항에 갇힌 28명의 난민들의 실태를 보고하고 우리나라 난민법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미션

난민들 힘들게 하는 '난민법', "이대론 안 돼"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는 26일 오전 10시 대한변협 대강당에서 '출입공항에서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결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난민법 시행 이후, 외국인들은 입국심사를 받을 때 난민인정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 후 심사는 최대 7일 동안 이뤄지며, 난민으로 허가된 경우 입국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출입국은 난민들에게 난민신청서를 바로 주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신청서를 제공한다. 때문에 난민신청자가 송환대기실에 머무는 기간이 장기화된다.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난민심사를 받게 되더라도 불회부 결정을 받게 되면 그 순간부터 무기한 송환대기실에 머물러야 한다. 난민들은 송환대기실에 갇혀 정부로부터 "고국으로 돌아가라"라는 말만 듣게 된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소송기간 3~6개월 동안은 송환대기실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송환대기실에 있는 난민들은 한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 당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무기한 송환대기실에 머물러야 한다.
 
모든 인권이 무너진 '송환대기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열악한 송환대기실 여건이다. 송환대기실은 잠깐 머물다가 떠나는 곳이기 때문에 잠잘 곳도 없으며 샤워시설 한 곳뿐이다. 치약을 다 써도 살 수가 없어 비누로 양치질을 하며, 에어컨이 24시간 켜져 있어 모두 해진 옷으로 추위를 달랜다.
 
특히 난민들은 공항에서 제공하는 치킨버거와 콜라에만 의존해 매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수개월 간 치킨버거와 콜라만 섭취해 건강에 이상이 생긴 난민들도 대다수다.
 
고은지 간사(난민인권센터)는 "송환대기실 관리를 실질적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아닌 항공사운영협의회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때문에 운수업자가 재량에 따라 준비하다가 항공사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음식제공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인 임신부와 아동에 대한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송환대기실에는 3명의 임산부가 머무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흡연이 가능한 곳이 샤워실뿐이라 여성들은 샤워실에 들어갈 때마다 담배연기를 맡아야 한다. 때문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다.
 
또한 출입국 측은 송환대기실이 개방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구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인터뷰 대상자 전원은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고 간사는 "항공사에서 음식이 중단돼 음식을 사먹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으며, 담배를 피우기 위해 문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들다"며 "건강이 악화된 사람의 경우, 긴급상륙허가를 받아 공항 내 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순 있지만 이 또한 변호인 등의 조력 없이는 힘들다"고 전했다.
 
"난민법, 난민들 위한 제도로 다시 세워야"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난민법이 난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며 "난민들을 위한 진정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변호사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구금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책임과 관리주체가 모호해 난민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한국의 헌법질서와 현행법제는 장기 구금되는 사람들의 신체자유에 대한 제도를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난민신청 절차에서부터 제대로 된 안내문을 만들어 여러 곳에 게시해 두기만 한다면 쉽게 개선이 가능할 것"라며 "이는 출입국 당국의 의지가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고 간사는 "취약계층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기 위해 난민신청자가 난민법에 따라 스스로 통역인과 면담자의 성별을 고를 수 있도록 법무부가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임산부나 아이들의 경우 장기간 같은 식단을 지속해 섭취할 경우 몸에 해롭기 때문에 난민신청자들에게 식단을 제공할 때 난민법에 따라 개인의 요구사항과 국적의 관습, 생활문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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