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735일간 억류됐던 케네스 배가 자신의 억류생활을 기록한 책 <잊지 않았다>를 출간했다.ⓒ뉴스미션

북한에 최장기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자신의 억류생활을 담은 책 <잊지 않았다>를 출간했다.
 
2012년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배 씨는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북미 협상을 통해 2014년 11월 8일 석방돼 미국으로 귀환했다.
 
케네스 배는 1일 오전 온누리교회(서빙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35일은 나에게 '소망'이었다"며 "지금도 억류돼 있는 선교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소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책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집필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735일 동안 많은 분들의 기도와 서명운동으로 북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잊지 않으시고 기억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석방된 이후 국민들이 저를 기억해주셨던 것처럼, 북한주민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 북한에 억류돼 있던 735일간 어떻게 생활했는지 궁금하다.
 
15년 형량을 받고 노동교화소에 들어갔다. 노동교화소에서는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일 10시간 주 5일 동안 일을 했다. 주로 콩을 심는 등 농사일을 했다. 겨울철에는 도랑을 파거나 석탄 창고에서 석탄을 옮기는 일을 했다. 여름에는 농사뿐 아니라 하천에서 돌을 주워 돌을 나르는 일을 매일 했다.
 
하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식사가 빈약해, 2~3달간 체중이 27kg 감량됐다. 나중에는 결국 영양실조로 평양 외국인 전용병원인 친선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 억류돼 있는 동안 북한 간수들이 "너는 환갑이 돼서 돌아갈 것이다" "너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그때 심정이 어땠는가.
 
나를 담당했던 검사가 석방되기 전까지도 "미국 정부는 너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억류돼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나는 너의 구원자가 되리라"라고 말씀해 주셨고, 이 말씀에 의지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 17번 북한을 오가다 18번째 방문에 억류됐다. 수많은 경험과 정보를 갖고 선교활동을 해왔을 텐데 억류되기 전과 후, 북한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있었나.
 
북한을 자주 왕래하면서 북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북한은 주체사상과 김일성주 두 개의 이념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와 다른 사상이 뿌리 깊게 차지하고 있었다. 북한주민들 역시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지, 북한교회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해달라.
 
북한은 상위 10%를 제외하고 모두 취약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드라마나 음악을 통해 남한 소식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식을 아예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고아와 노약자,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워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
 
억류되기 전 김일성 외가에서 세운 교회를 세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예배는 남한과 똑같이 찬양과 목사님의 설교로 진행된다. 설교 중 '아멘'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고 기도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 같진 않다. 성경말씀을 나누지만 마지막에는 김일성 칭송과 남한을 비판하는 내용을 전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지금 정세로는 불가능하지만, 북한에 다시 돌아가 선교활동을 재개하고 싶다. 특히 북한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북한 동포들을 위한 NGO를 설립해 탈북민들을 섬기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북한 억류생활 동안 받은 수 많은 편지와 응원의 메시지는 그 곳에서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었다. 지금도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해야 한다. 또한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돕는다면, 그들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 하나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2014년 11월 8일 김정은의 명령으로 특별사면을 받는 케네스 배.ⓒ두란노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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