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이나 쇼핑센터의 화장품 매장에 줄을 서서 한국화장품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제 낮 익은 풍경이다. 한류(韓流) ‘K뷰티(Korean Beauty)’ 열풍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생산액은 10조7천300억 원 규모다. 2014년에 비해 20% 늘어났다. 화장품 수출액은 25억9000만 달러(약3조 원)로 전년 보다 43.7%나 증가했다. 화장품의 수출증가율은 상위 100대 수출품목 중에서 53.5%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TV•카메라(84.8%)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을 제조하는 신생기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3년 1810개 업체에서 지난해 3840개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마냥 즐거워 할 일만은 아니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 ‘K-POP’이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한국인이 주도하는 강력한 문화트렌드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한류의 싹은 60년대부터 움트기 시작했다. 해외이민 1세대가 퍼뜨린 태권도가 한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그 후 한류의 기틀은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련됐다. 일본문화의 한국개방이 한류의 본격적인 시발점이다. 1998년 1차 개방은 우선 영화, 비디오, 만화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1999년 2차, 2000년 3차, 2004년 4차에 걸쳐 진행됐다. 일본의 한국 문화시장 개방 요구를 단기간에 완전개방으로 물꼬를 열어준 것이다. 당시 개방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만만치 않았었다. 일본에 의한 한국의 문화식민지화를 걱정해서다. 김대중 대통령은 “반만년 역사동안 지켜온 우리 민족문화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며 설득해 문화개방을 관철했다.

당초의 걱정과는 달랐다. 한류 K-pop은 시작부터 일본 대중음악 J-pop을 넘어 섰다. 일본에서부터 돌풍을 일으키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금은 한국을 상징하는 음악으로서 장르를 넘어 섰다. 세계로 통하는 글로벌 대한민국의 기폭제다. K팝은 문화의 경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K-movie’다. K팝이 우리 영화와 드라마를 한류시대로 인도했다. 다시 K무비는 화장품 한류 K-beauty를 낳았다. K뷰티는 세계 최고수준의 의술을 기반으로 한류 K-medical art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K메디는 또 어떤 K시리즈를 창조할 것인가? 당연히 제약과 식음료, 건강으로 연결되어 K헬스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주춤거리고 있다. 고비다. 정부와 기업은 한류산업 생태계 조성을 얼마나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는가?

현재, 한류산업 생태계는 자연 그대로다. 정글이나 다름없는 먹이사슬이다. 기업의 생존본능에 따라 형성된 생태계다. 방향과 목표가 없어 제멋대로 가는 모습이다. 정책과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불필요한 제도와 규제로 인한 억압은 내려놓되 가이드라인은 필수다. 한류산업 확장가능성은 무한대다. 산업생태계는 직접적 연관 산업뿐만 아니라 간접적•파생적 산업까지 생태 그물로 엮어 내야한다. 그 시너지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부 재정은 한류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 위에서 투입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기업의 투자는 중복, 과잉 등 비효율은 없는지, 품질과 위기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짚어보아야 한다. 묻지마식 투자 쏠림이 걱정된다. 이번 기회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한류산업생태계를 구축했으면 싶다. (내일신문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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