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은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서 학원으로 옮겨 가며 공부에 열중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꿈과 비전은 없이 주어진 공부를 해나가기 바쁘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스스로를 깨닫게 하고 희망을 심어주며, 진로를 함께 개발해 나가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이가 있다. 캠핑카 상담소라는 독특한 청소년 상담 사역을 펼치고 있는 '한빛청소년대안센터'를 소개한다.
 
 ▲한빛청소년대안센터는 송파구 내 6개 지역을 돌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캠핑카 이동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뉴스미션

24년간 한 지역서만 ‘찾아가는 청소년 상담’ 사역 펼쳐
 
어둠이 깔린 공원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이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한곳으로 이어지고, 여기에는 한 남성이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근린공원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이 되면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소가 열린다. 한빛청소년대안센터(센터장 최연수 목사)가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캠핑카 이동상담소’가 바로 그것이다.
 
캠핑카는 요일별로 저녁마다 송파구 지역 내 6곳의 공원을 돌며 청소년들을 찾아가 상담 및 교육을 진행하고, 쉼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쉴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하는 휴식의 공간이 된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캠핑카를 보고 궁금증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이 매주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이다.
 
최연수 목사는 1992년 송파구 거여ㆍ마천 지역 판자촌에서 학습자원봉사를 하던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십 년이 넘도록 한 지역을 지키며 청소년들을 품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한 아이가 공부방에 나오지 않아서 집으로 찾아갔더니 학교를 중퇴한 또래 청소년들과 모여서 본드랑 가스를 흡입하고 있었어요. 그날 이후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아지트 한 곳, 한 곳 관심을 갖고 찾은 것이 어느덧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는 그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큰 배낭에 먹거리를 가득 넣어 자전거를 타고 산기슭, 주차장 등 송파구 내 후미진 곳을 모두 뒤지고 다녔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고 그곳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것이 바로 지금의 ‘길거리 상담소’의 시작이다.
 
최 목사 홀로 하던 일에서 이제는 많은 직원과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는 일이 됐으며, 자전거를 타고 배낭을 메고 다니던 고생 역시 지역 관청과 기업들의 후원으로 캠핑카가 생기면서 보다 쉽고 빠르게 아이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한편 야간 길거리와 교도소 등 특수영역에서는 여전히 찾아가는 상담소를 운영함으로써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성장을 돕고 있다.
 
“부담 갖던 아이들, 이제는 먼저 고민 들고 찾아와요”
 
캠핑카 이동상담소는 ‘유레카’(Your Dream Raising Car)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청소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전문상담자를 비롯한 20여 명의 상담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아이들과 만나 학업, 진로, 직업 등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부터 디스크, 에고그램 등 검사지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보다 깊은 나눔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심층삼담, 집단상담, 부모상담 등도 진행한다.
 
캠핑카 이동상담소를 담당하고 있는 한희규 팀장은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아이들이 상담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부담을 갖고 꺼려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꾸준히 아이들을 찾아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먼저 고민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연락해오는 친구들도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간 날에도 캠핑카가 오기 전부터 공원을 찾아 기다리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캠핑카가 도착하자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언니, 오빠, 형, 누나’라고 편히 부르며 한 주간의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시작 때부터 함께해왔다는 박태훈 군은 “상담 전에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생각 없이 살았는데, 여기에 온 뒤로는 상담 선생님들과의 시간을 통해 재미도 얻고 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말했다.
 
최연수 목사는 앞으로도 지역 안에서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그들과 소통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나가겠다는 비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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