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이 시대 모든 교회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얻기보다 미움을 사기가 더 쉬운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교회는 나눔과 섬김을 통해 개척 4년만에 지역의 진정한 이웃으로 자리잡았다.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은 작은교회, ‘이레교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레교회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재능기부를 통한 결손가정 청소년 돕기 사역에 힘쓰고 있다.ⓒ뉴스미션

화장실 찾아 교회 온 아이들, 목회 방향이 되기까지 

누구나 그렇듯, 4년 전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곧바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기도 성남에 이레교회를 개척한 이철희 목사에게도 개척 초기 현실의 어려움이 찾아왔다. ‘지역사회를 품는 교회’를 꿈꾸며 시작한 목회였지만, 어르신 네 분이 전부인 이레교회에 이러한 비전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교회를 찾은 세 명의 아이들은 이 목사의 목회 방향을 구체화시켜준 계기가 됐다.

“평소 조용하던 교회에 여학생 3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아이들은 예수님이 아니라 화장실을 찾아온 것이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다음에 또 놀러오라는 인사를 건넸죠. 그런데 아이들이 며칠 뒤 다시 교회를 찾은 것 아니겠어요?”

당시 교회를 찾은 아이들은 교회 주변 결손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로, 화장실을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다 결국 교회로 들어온 것이었다. 단지 화장실뿐 아니라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던 아이들이었다.

이레교회 주변은 풍족하지 못한 형편의 주민들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으로, 결손가정 청소년들 역시 많은 곳이다. 이 목사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에게 함께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그것이 결국 그의 사역의 길이 됐다.

그날 이후 이레교회는 아빠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아빠가,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되어주는 교회가 됐다.

“교회 화장실을 열어주며 시작된 아이들과의 만남이 집을 열고, 거실을 열며 마음을 열다 보니 어느덧 가족이 되어있더라고요. 아이들을 매일 방과 후면 자연스럽게 교회에 딸린 사택을 찾아요. 저희 가족과 함께 요리도 하고 시장도 보고. 이젠 정말 가족이죠.”

“가장 힘든 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목회 소망”
 
 ▲이철희 목사ⓒ뉴스미션

그렇게 2년이 지나고 하나 둘씩 정착하는 성도들이 늘 때쯤 교회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감사와 나눔의 자리를 마련했다. 사실 교회가 재개발 지역에 포함돼 얼마 후 이전해야 할 상황이 오면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답을 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이날은 개척 이후 가장 많은 이들이 예배당을 찾은 날이었는데, 말 그대로 교회 주변 이웃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통해 이레교회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교회가 오랜 시간 지역의 결손가정 아이들을 도와왔다는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이 아이들 지원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들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인 만큼 큰 물질적인 후원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교회 근처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미국인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주일 오후 영어교실을 열고 싶고 말했어요. 마침 옆에 일본인과 중국인 이웃도 있었는데 곧이어 이들 또한 일본어와 중국어로 아이들을 섬기겠다고 말하는 것 아니겠어요? 정말 놀라운 시간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재능기부는 그날 이후 마치 전염이라도 된 듯 지역사회 안에 무섭게 퍼져나갔다. 젊어서 미술을 전공했던 주민이 미술을 가르치겠다고 나섰고, 음악을 배운 이는 음악을, 요리의 재능을 가진 이웃은 요리로 나누고 싶다고 나선 것.

이제는 교회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도움을 받기만 하던 결손가정 청소년들도 이제 주말엔 어린 동생들의 선생님이 된다. 이 목사 역시 재능을 살려 주변에 사진관이 없어 불편함을 겪는 지역 주민들에게 멋진 사진사가 되어준다.

물론 그들이 모두 교회에 등록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앙을 떠나 교회와 지역주민이 서로를 섬기는 일에 하나가 됐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교회는 점차 확장되는 재능기부 속에 두 달 전 아예 교회 밑에 한 층을 더 임대해 ‘우리동네 재능기부센터’라는 이름의 공간까지 갖췄다. 개척교회 담임을 하며 교회 임대료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지지와 도움 속에 큰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교회는 내년 중에 예정된 이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철희 목사는 교회가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많은 곳. 어려운 이들이 많은 곳. 제게 소망이 있다면 가장 힘든 곳으로 가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목회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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