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지 5일 만인 지난달 13일, 배치 지역으로 경상북도 성주군이 발표됐다. 어느덧 두 달이 가까워오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지역교회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성주를 직접 찾았다.
 
정부의 배치 지역 발표 이후 성주군 내에는 군수를 중심으로 사드 반대 여론이 확연하게 주를 이뤘다. 교회 역시 교인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등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의 ‘제3부지 검토’에 대한 후속 발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한 목소리를 내던 군민들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고, 교회 안에서도 입장이 나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성주군 내 사드 배치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성주군청 앞에 각종 단체의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스미션

“사드 배치 반대” vs “제3부지 검토” 입장 갈려
 
기자가 성주를 찾은 날은 최초 배치 지역 발표가 난지 50일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현수막들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간간이 ‘괴담 선동 세력에 속지 말자’는 문구로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현수막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고, 민심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군청 앞에는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를 비롯한 각 종교에서 마련한 천막이 설치돼있었고, 그 안 한 켠에는 매일 저녁 ‘사드 배치 철회’ 촛불 문화제에서 사용되는 초가 가득 쌓여 있었다. 문화제에는 초반 1천여 명의 군민들이 매일 같이 참여했으나, 최근 들어 7백여 명 선으로 약간 줄어든 상태다.
 
이는 그동안 철저하게 ‘지역 내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던 성주군청이 정부의 후속 발표가 있은 뒤 ‘제3부지 검토’로 입장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성주군 내에는 여전히 ‘사드 배치 철회’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3후보지에 대해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로 인한 성주군 내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이달 초 배치 장소를 성주읍 성산포대에서 성주군 내 다른 곳으로 변경하는 제3부지 검토안을 내놓았다. 이어 최근에는 성주군과 협의해 3개 후보지를 선정해 현장실사를 포함한 부지 가용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후보지로는 초전면 성주롯데골프장과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 3곳이 떠오른 가운데, 그 중 성주롯데골프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인근 김천시와 맞닥뜨린 곳으로 레이더가 김천 쪽을 향하고 있어, 이제는 김천 지역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김천 지역은 아직까지 제3부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불러온 지역 내 갈등에 이어 이제는 지역 간 갈등까지도 우려하게 만드는 현실에 처한 것이다.
 
 ▲성주군민 상당수가 참외 농사에 종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배치로 인해 성주 참외에 대한 이미지 하락이 우려된다.ⓒ뉴스미션

목회자ㆍ교회 안에도 다양한 견해 존재
 
이런 가운데 지역 내 교계 입장은 사회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사드 배치 철회 운동에 힘써온 성주기독교연합회(회장 임남식 목사)는 상황이 바뀌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평소 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었던 일부 목회자들이 "국가가 추진하는 일을 어떻게 주민들이 막을 수 있겠냐"며 “주민들의 의견이 일부 반영된 선에서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돌아선 것.
 
이들은 또한 “평소 사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주민들이 언론의 일방적 보도와 SNS 상에 퍼진 검증되지 않은 소문에 영향을 받아 주민들의 반발심이 더 커진 것 같다”면서 “정확하게 밝혀진 부분이 없는 상황에서 국익에 맞선 무조건적인 반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반면 “하루도 빠짐 없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하정완 목사(성주감리교회)는 “교회 안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는 만큼, 섣불리 나선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이 문제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닌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바라봐 주길 부탁했다.
 
실제 성주지역은 지역 특산물인 참외로 인한 소득이 군 전체 소득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대부분의 군민들이 참외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사드 참외’, ‘전자파 참외’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며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 목사는 자신의 행동이 정치적 입장을 떠나, 살기 위해 애쓰는 지역민들의 편에 서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약자들의 아픔과 눈물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회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교회 안 성도들의 분위기 역시 목회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회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마음이 아프다”며 “참그리스도인으로서 깊은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기도해야겠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오랜 기간 각자의 직업도 뒤로 한 채 거리로 나선 군민들에 대해서도 “하루 빨리 성주군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드로 인한 지역의 아픔을 보고 있는 지금, 함께 울어주는 한국교회의 기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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