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친구가 된 지도 어느덧 이십 년이 지나갑니다. 처음에는 왜 제게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지 무척 화가 났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화가 났고 주변 환경에도 화가 났습니다.

고 3 초반에 생긴 허리 통증은 허리 디스크로 판명됐고 아픈 몸을 참고 달래면서 공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해,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저는 절망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대학에 가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역시 거의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병은 대학에 가서 더 심해져 퇴행성 디스크로 악화됐습니다. 그 흔한 엠티조차 갈 수 없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치료하며 재활 운동하고 학교 가고 공부하고 교회 가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김동환 목사ⓒ뉴스미션


방학이 되면 어머니와 함께 강남금식기도원에 갔습니다. 몸이 아파 대학부 수련회를 가기 어려웠기에 그 기간을 어머니와 함께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낫게 해달라고 많이 기도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통증을 참으며 글을 씁니다. 그렇게 저의 이십대는 흘러갔습니다.

고 3 시절 여러 힘든 일을 겪으면서 제 마음은 가난해져 갔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좌절과 절망을 겪으면서 저는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한 가지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것은 몸이 아프지 않던 재수 시절 부모님이 교통사고도 겪지 않았다면 결코 시작되지 않았을 일입니다. 저는 공부로 인해 절망에 빠진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꿈을 잃어가고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좌절과 고통의 시간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친구들을 가르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평균 50점도 안 되는 그 친구들, 공부로 인해 철저하게 좌절하고 자기 혐오에 빠진 친구들…. 이상하게 그 친구들을 보고있으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제 동생들 같았습니다. 못난 이 형을 쏙 닮은 동생들이었습니다. 저는 건강으로 인해 심하게 좌절하고 있던 터라 공부로 인해 좌절하는 그 친구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동병상련이랄까!

이렇게 해서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들과 동거동락했던 그 10년이 참 그립습니다. 그때가 참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문제아 군단들이 하나 둘씩 대학에 가고 이제는 졸업해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철없던 중학생들이 이제는 선생님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귀한 친구들이 됐습니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병과 힘든 싸움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깁니다.

2008년 한 해 자살한 사람들의 숫자는 약 1만 3,502명이라고 합니다. 하루 37명 정도가 자살한 것입니다. 그 중에서 성적 때문에 자살한 학생의 수는 278명입니다. 놀라운 숫자입니다. 거의 하루 1명 정도가 성적 때문에 어린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작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8-24세 사이의 자살 수는 약 750명입니다. 거의 하루 두 명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살 한 것입니다.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이 자살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뉴스를 통해 성적으로 인해 아파트에서 떨어진 학생들의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마치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병이 주는 고통으로 인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힘들어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그냥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적이 너무 많았습니다. 자살을 동경하던 어느 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국에 가는 버스에 타고 있었습니다. 저는 버스를 보고 멀리서 막 달려갔습니다. 겨우 버스 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타려고 하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 아저씨가 저를 보고 아직 버스 탈 때가 아니라면서 태워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막 울었습니다. 저는 너무 타고 싶다고, 정말 저는 타고 싶다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막 매달렸습니다. 한참을 저를 바라보던 아저씨는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하시면서 힘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버스는 출발했습니다.

꿈에서 깬 후 저는 더 이상 자살을 동경하지 않게 됐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한 번 힘을 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한 번 살아보자. 정말 나같이 힘든 청소년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주는 좋은 책을 쓰기 전에는 죽지 말자.’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대학을 하나님의 은혜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그동안 공부로 인해 좌절한 친구들과 함께 지낸 경험을 토대로해 <다니엘 학습법>을 쓰게 됐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책에서 저는 저같이 건강이 나쁘고 낙망 가운데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안에서 뜻을 정해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습니다. 힘든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 희망의 씨앗을 전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남들보다 몸이 심각하게 아프다는 약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저는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꿈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병 때문에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매일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병과 싸우며 통증을 참고 또 참으며 매일 병원을 다니며 치료하며 공부했습니다. 저보다 서울대에서 더 똑똑하고 명석한 친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은 결과를 낸 이유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끝까지 인내하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좋게 보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귀한 뉴스미션 가족 여러분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명석한 두뇌, 탁월한 건강, 좋은 집안 환경 등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하나님의 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명한 역사학자 캘빈 코울릿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재능이 있으면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사람보다 훌륭한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특별한 용기를 가지고 인생을 살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고보서 1장 4절(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을 저는 꼭 귀한 뉴스미션 가족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을 받기 위해 우리는 합당한 그릇이 먼저 돼야 합니다. 그 과정은 힘들고 인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내의 과정을 온전히 이루면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귀한 믿음의 일꾼이 될 수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힘을내 하나님을 의지하며 인내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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