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요르단 정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간 요르단을 찾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경의 배경, 이스라엘과 요단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마주한 요르단 역시 무려 2백여 곳에 달하는 성경 속 지명이 등장하는 나라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요르단에 살아 숨쉬는 성경의 역사를 소개한다.
 
 ▲느보산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지막 기착지로, 가나안을 눈 앞에 두고 숨을 거둔 모세가 묻힌 곳이기도 하다.ⓒ뉴스미션

‘느보산’에 올라 가나안 땅을 바라보다

전세계 크리스천들이 성경 속 역사의 흔적을 찾아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는 단연 이스라엘이다. 그렇지만 요르단 역시 아브라함과 모세, 엘리야, 세례 요한 등 많은 성경인물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성지 중 하나다.
 
요르단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기독교 유적이라고 하면, 애굽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친 뒤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머물렀던 느보산을 들 수 있다.
 
이곳 느보산에 올라 멀리 사해와 여리고 지역을 바라보다 보면 약속의 땅 가나안을 눈 앞에 두고 숨을 거둔 모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당시 모세는 이곳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내가 네 눈으로 보게 하였거니와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신 23:4)’는 말씀을 듣고, 결국 여호수아에게 안수한 뒤 12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느보산 정상에는 이러한 모세를 기념하는 교회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교회는 4세기 비잔틴제국 시대에 모세의 무덤 위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서는 민수기에 등장하는 '놋뱀 사건'을 모티브로 놋뱀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복합시켜 만든 지오반니 판토니의 작품 ‘모세의 지팡이’도 볼 수 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셨던 요단강에 매년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 건너 침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위치한 곳은 이스라엘 영토다.ⓒ뉴스미션

성경 속 다양한 역사와 의미 품은 ‘요단강’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수아의 인도를 따라 느보산에서 내려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간다. 당시 그들이 건넜던 요단강 또한 성지순례에 나선 기독교인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이다.
 
시리아에서 시작해 갈릴리호수를 지나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요단강은 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낮은 강으로 길이는 약 251km에 달한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법궤를 메고 있던 제사장들이 요단강에 발을 담글 때 물이 갈라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지금은 불과 5미터 정도의 폭을 두고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경계하고 있지만 당시엔 수백 미터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요단강은 세례 요한의 사역지이자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애를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성경에는 이를 두고 ‘요한이 세례 베풀던 곳 요단 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만 언급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아직까지도 서로 각자의 지역이 진짜 ‘예수의 세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요르단이 위치한 동쪽 연안에서 교회터와 기도 장소, 물 웅덩이 등 로마와 비잔틴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20여 개의 유적이 발견된 이후 요르단의 주장에 조금 더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요르단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순례객들은 장소 논란과 상관 없이 예수께서 몸을 담갔던 요단강에 자신들도 몸을 담가 성결함을 회복하고자 이곳을 찾는다. 성경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인 만큼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가톨릭과 정교회 등 다양한 종파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밖에 요단강은 선지자 엘리야가 하늘로 올려지기 전 마지막으로 건넜던 강이기도 해 ‘요단강을 건넌다’는 말이 죽음을 의미하는 표현이 되기도 했다. 실제 이곳 베다니에서는 엘리야가 불수레를 타고 승천했다고 알려진 기념언덕도 존재한다.

이처럼 요단강이 품고 있는 다양한 성경적 역사와 의미, 또한 느보산 정상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느꼈을 모세의 심정 등 요르단 속 성경 이야기는 이달 말 방영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다큐멘터리 <성서의 땅, 요르단을 가다>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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