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설 곳이 줄어드는 청년들의 삶. 취업은 물론이고 당장 먹고 사는 문제 역시 그들에게는 큰 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헬조선’ ‘N포세대’ 등 청년들의 각박한 현실을 꼬집는 이러한 단어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목회자가 있다. 월 10만 원 대 비용으로 청년들에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고영봉 전도사를 만나 그가 꿈꾸는 나눔의 삶을 들어봤다.
 
 ▲공동 주거 공간인 꿈틀하우스에서 청년들이 함께 모여 꿈을 키워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꿈틀하우스, 저렴한 주거비로 청년 도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자리잡은 꿈틀하우스는 청년들을 위한 공동 주거 공간이다.
 
청년들이 성인이 됨과 동시에 학자금과 생활비, 방세에 찌들어 빚을 갚는 데 청춘을 다 소비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고영봉 전도사는 지난해 이곳의 문을 열었다.
 
“성경에도 청년의 때에 꿈을 꾸라고 말씀 하시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은 돈에 눌린 채 살아가고 있죠. 그것을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고 전도사는 부모님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자, 부모님께 자신의 계획을 말씀 드리고 한 층을 빌려 꿈틀하우스 1호점을 열었다. 이후 그 위층과 아래층을 2, 3호점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건물 전체가 청년들만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무런 힘이 없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것처럼, 꿈틀하우스는 이 시대 취약 계층의 하나로 자리잡은 청년들도 힘을 내 ‘꿈틀’해보자는 소망을 담고 있어요. 그들이 꿈꿀 수 있는 ‘꿈의 틀’이 되자는 의미도 갖고 있죠”
 
이곳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한 달에 10만 원 대 비용을 내고 생활한다. 서울에서 이 정도 비용으로 거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주거비 고민을 해소한 청년들은 큰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매주 예배 드리며 기쁨과 위로 경험”
 
 ▲고영봉 전도사ⓒ데일리굿뉴스

실제로 꿈틀하우스 내 10여 명의 청년들은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관계를 넘어 서로 대화를 통해 꿈을 찾고 만들어 가는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어떠한 규칙도 없지만 단 하나 모두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매주 한 번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함께 찬양하고 말씀과 삶을 나누며 기쁨과 위로를 경험한다. 저마다 신앙의 모습도 믿음의 정도도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상담하고, 믿음의 본을 보여주는 이 시간이 유익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2년 째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임동혁(30) 군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같이 삶을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요리를 해먹고 서로 맞춰가며 특히 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내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 같이 사는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꿈틀하우스 구성원들은 얼마 전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개최하고 나눔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예술을 하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당시 행사는 꿈틀하우스를 통해 얻은 도움을 고스란히 나누고 싶단 청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이 시대 대다수 청년들이 자기의 삶을 돌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꿈틀하우스의 청년들은 이제 주변을 둘러보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나눔의 씨앗이 지역 전체로 뿌려진 순간이다.
 
고 전도사는 앞으로 꿈틀하우스 100호점이 생기는 그 날까지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고 실천함으로써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그날이 바로 이 세상에 소망이 생기는 때라고 생각해요. 꿈틀하우스라는 이름 그대로 꿈꿀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젊은이들을 위한 ‘꿈 제작소’가 됐으면 합니다. 분명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다양한 가치를 생산해 내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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