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새노래명성교회가 공동의회 등을 열어 교인들의 의견을 묻는 일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김하나 목사는 “합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 이에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제스처'가 아니냐며 결국엔 세습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반면, 김하나 목사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입장도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명성교회가 합병 및 청빙안을 통과시킨 후 '세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장신대 학생들이 명성교회 세습을 비난하며 침묵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편법세습 중단해야"

명성교회는 19일 공동의회를 열고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두 안 건 모두 교인 70%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며 가결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교계에서는 '편법세습'이라며 질책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명성교회가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른 만큼 충격도 큰 분위기다. 교회 측은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세습이란 결과에 대한 비난은 피해가기 어려운 모양새가 됐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 통합 산하 신학교 교수 및 신학생들은 이번 일을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교단 산하 신학교 교수 78명은 최근 호소문을 내고 "총회의 세습금지법은 교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교회를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라며 "명성교회 당회가 시도하는 합병 및 위임 청빙 계획은 교단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편법적 세습이니 분별력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도 자체 '성명서'를 통해 "명성교회가 그 아들이 아니면 교인들이 사라지고 공동체가 유지가 안 되는 곳"이냐고 반문하며 "한 사람의 목회자가 없다고 와해되는 교회 공동체는 교회다운 공동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학생들은 “명성교회는 세습과 관련한 모든 행위들을 당장 중단하고 세습 의도를 포기해야 한다"며 "예수님의 몸인 교회가 권력자들의 불법적 권력 세습과 재벌들의 편법 상속으로 인해 상처받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상처를 더 주지 않기를 바란다. 김하나 목사가 당당히 세습을 거부하고 교단의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진오 목사(함께하는꿈마을 담쟁이숲)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도대체 목회자들의 세습이 북한의 3대 세습과 삼성 등 재벌의 3대 세습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그런 자들에게 읍소하고 기대하고 심지어 세습 안하면 무슨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헛헛하다"고 말했다.

성도 이**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노래명성교회는 당회가 구성이 안 된 미조직 교회다. 담임목사가 공동의회를 소집할 수 없으니까 교묘하게 논란을 피한 것"이라며 "결국 정치적인 제스처를 보여준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하나 목사의 결정 지켜보자”

반면 '합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김하나 목사의 소신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김하나 목사는 19일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 "(명성교회)청빙위원회가 우리도 공동의회를 열어서 합병을 해야 한다고 말씀을 주었을 때, 우리는 공동의회를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며 "합병은 양쪽에서 합의를 해서 하는 것인데 우리 교회는 그런 면에서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우리는 공동의회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김하나 목사가 ‘합병하거나 후임이 될 생각이 없다’. ‘공동의회를 열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한번 기대해 본다"며 "이참에 ‘세습하지 않겠다’ 명쾌히 선언하고 3년 전 새노래명성교회 개척 당시 특혜임을 인정하고 이를 환원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약속을 평생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윤실은 20일 오후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에게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을 ‘공개편지’형태로 보내 눈길을 끌었다.

기윤실은 먼저 김삼환 목사에게 "김하나 목사님이 청빙과 합병을 공개적으로 거절했기에 3월 19일(일) 공동의회 결의는 무산됐다"면서 "이제 더 이상 새노래명성교회와 김하나 목사님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들이 아니면 교회를 잘 이끌어갈 수 없다는 생각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라며 "후임 목사 청빙 절차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더 큰 뜻을 발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기윤실은 또 김하나 목사에게 "그동안 목사님께서 일관되게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비추어볼 때 그 선언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목사님께서 끝까지 이 소신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김진수 장로(미국 뉴저지)는 SNS에 "나는 김하나 목사가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만약 그랬다면 구태여 광고까지 했겠는가"라며 "명성교회가 비밀투표로 선거를 했고 거의 25%가 반대한 것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안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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