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선교 초기 여성 교육에 앞장서는 등 사회 내 여성 인권 신장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왔다. 최근 사회와 교회 안에서 차별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본지는 성평등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장으로 여성 첫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임명했다. 이는 여성 공직자의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파격적인 인사 단행이라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떨까. "설 자리가 좁다"고 토로하는 여교역자들의 한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회 내 여성 사역자들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한국사회 내 여성 지위 향상의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교회 내에서는 여전히 '여성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교회 내 여성 사역자들의 현실을 짚어봤다.ⓒ데일리굿뉴스
 
'남성 중심' 문화…한숨만 늘어가는 여교역자들
 
지난해 2월 경, 총신대학교에서는 1학기 수업을 앞두고 여성 강사 2명의 강의가 폐강된 일이 있었다. 학교 측은 정책 상의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성 차별'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강 결정이 나기 전, 학교 내에서 열린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 송년회 자리에서 대표 기도를 한 A 박사가 "여성 목사의 길이 열리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이 자리에 참석했던 강호숙 박사는 7년 째 맡아온 '현대사회와 여성', '한국사회와 여성문제' 강좌가 폐지됐다.
 
교회 내 여성 차별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여성목사 안수 문제다. 한국에서 가장 교세가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은 여성을 목회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에서는 지난해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 도입안이 제안됐으나 남성 총대들의 압도적인 반발로 무산됐다. 100명 중 4.4%, 4.4명 만 여성 목사로 배정하자는 안건이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신학교 내부적으로 자리잡은 '남성 중심'의 문화는 여성들의 목회 사역을 크게 제한해 왔다. 이와 관련 강호숙 박사는 "신학교 커리큘럼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여성들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학은 여학생에게도 열려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교내에서 여학생은 '남녀 질서에 따른 종속적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강 박사는 "신학과 과목들이 대부분 남성 중심적인 수업으로 이뤄져 있어 21세기에 맞춰 여성 리더를 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큘럼이 전혀 없다"며 "신학교 내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옆에 붙어서 공부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 하나님께서 여학생을 목회자로 부른 소명을 애초부터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교회에서 유아부 사역을 맡고 있는 한 여성 전도사는 여자란 이유로 자신의 사역이 미취학 부서에 국한되고 있음을 아쉬워 했다.
 
이수정 전도사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신학교를 졸업했더라도 여학생들은 미취학부를 담당하게 된다"며 "중고등부 사역에 비전을 갖고 있어 신학교를 진학했지만 교회 내에서 여성사역자에게 중고등부 사역에 대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성 사역자와 여성 사역자의 급여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여자는 평생 사역을 해도 전도사밖에 되지 못해요. 때문에 사례비도 변함이 없어요. 여성 목회자 안수는 힘들더라도 여성 사역자의 급여나 복지 체계에 대해서는 교회가 앞장서서 개선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교회도 사회에 맞게 여성 위한 제도 펼쳐야"
 
교회에 만연한 여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와 교단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강 박사는 "여성들도 남성과 동일하게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 여성만의 교육과정이 준비돼야 한다"며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사역을 더 개발할 수 있도록 여성 교수를 채용하고 여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교단 차원에서는 '여성 목회자 안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존재임을 깨닫고 하나님께 받은 소명의 비전이 펼쳐질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구체적으로 ▲교회 정책에 여성 참여 ▲역할 바꿔보기 운동 ▲성 평등문화 실천 ▲여성리더 할당제 ▲설교 피드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회가 여성들을 위해 출산휴가·육아복지 차원의 복지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여성 사역자만을 위한 복지제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전도사는 "아이가 있는 여성 사역자는 면접을 보러 갈 때에도 '아이들은 누가 키우냐', '2세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며 "만약 사역 도중 임신이나 출산을 할 때에도 별도의 제도가 없다. 사회에서는 여성 복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데 교회는 여전히 세상과 동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성평등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불가피하다. 목회자들부터 열린 생각을 갖고, 교회 안의 문화를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교단 차원에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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