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교계 내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지만, 일각에선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행사만 무성할 뿐, 종교개혁 본래의 의미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진정한 본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올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교회가 비본질적인 논의 넘어 진정 회복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교회 망치는 주범? 드럼 아닌 '본질 외면'"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 판매를 비롯한 중세 가톨릭의 타락을 비판하며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지 500년이 지났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조명하기 위해 포럼과 컨퍼런스를 개최하거나 캠페인을 펼치는 등 분주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한 해를 맞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부끄러운 모습은 여전하다.
 
최근 드럼과 대형스크린, 청바지 등이 한국교회를 망친 주범이라고 지적한 교회오적 논란이나 한 장로 부부의 갑질 사태는 한국교회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세상마저 걱정하고, 최소한의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한국교회가 개혁을 이뤄낼 내부 동력이 남아있을까.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는 한국교회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교회 개혁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적극 수용할 것을 주문했다.
 
양 대표는 "종교개혁 500주년이지만, 교회 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라도 교회 개혁의 바람직한 형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교단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는 전향적인 조치만 이뤄져도 충분히 개혁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회개혁 단체들, 대안적 목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역자들, 신학교를 개혁하려는 신학생들, 가나안 성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 아닌 사람에게 집중하는 '교회'
 
끊이질 않고 등장하는 목회자의 성적 타락, 다음세대 신앙 전수율 하락과 같은 위기 속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지한 논의 대신, 비본질적인 문제만 이야기되는 상황에 신학생들 역시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이종건 전도사(옥바라지선교센터 조직국장)는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전도사는 "최근 독일 현지의 숙박 비용이 무척이나 올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그 현장을 찾아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성도들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전도사로 사역 중인 이 전도사는 "한국교회나 교단이 평균의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성도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는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교회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성도들은 한국교회가 더 이상 권력을 쫓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공동체의 회복을 소망했다.
 
송시온(29ㆍ덕양교회) 씨는 "말씀으로 양육 받기 원하는 성도들은 교회에서 가치 있게 여겨지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교회가 수를 불리는 일이나 권세를 얻는 일에 집중하지 하고 성도들의 삶의 문제에 깊이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교개혁은 교회는 물론,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500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가 되찾아야 할 진정한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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