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총장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총회 측의 총장 인준에 반발해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신대 학생회와 신학과 비대위 측은 총장 선출이 비민주적으로 선출됐다며 총장과 이사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총학생회, “이사회는 비민주적 총장 인선 철회해야”

한신대학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 학생들은 '제102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장소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총장 선출을 재고하라'거나 '신학생들 살려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이 이런 피켓까지 들고 총회에까지 쫓아간 이유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진행된 한신대 총장 인선 문제가 결부돼 있다.
 
김계호 한신대 부총학생회장은 비민주적 총장 선출과정을 그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우선 재작년 채수일 전 총장이 임기를 1년 10개월 앞두고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면서 학교 측은 혼란에 휩싸였다.
 
총학생회 측은 총장 선출에 있어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고자 투표를 진행했다. 학교본부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직원노조가 포함된 4자협의회를 중심으로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투표에선 류장현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1위인 류 교수는 63%의 지지를 얻었고, 연규홍 교수와 강성영 교수, 최성일 교수는 10% 내외의 지지율로 각각 2~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사회 측은 4자협의회 측의 투표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강성영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
다. 김계호 부총학생회장은 이사회 측이 이 과정에서 강 교수를 선임 배경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근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회 측이 학생이나 교수가 짚어내지 못한 부분을 설명했다면 수긍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부총학생회장은 “이사회 측으로부터 강 총장이 '마음이 따뜻하고 손이 가서' 선출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성영 교수가 101회 기장 총회에서 인준이 부결되면서 또 한 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이날 총대들은 이사회가 이 일에 대해 책임지고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사퇴를 약속했던 이사회는 여전히 활동을 지속했으며, 다시 총장 후보를 추천하려는 4자협의회 측에 9월 8일까지 총장 후보를 선출하라고 통보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는 등교하지 않으므로, 4자협의회의 시간은 개강일인 9월 1일부터 8일까지는 채 열흘도 남지 않은 기간이었다. 4자협의회 측이 후보를 선별하고 이들에 대한 검증절차를 벌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더군다나 9월 2~3일은 주말이므로 실질적인 기간은 단 6일이었다. 학생회 측은 이사회 측에 기간이 터무니 없이 짧다며 기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사회 측은 조속한 학원 정상화를 위해 9월 12일에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으며, 9월 21일에 열린 제102회 기장 총회에서는 연 총장의 인준 절차가 통과됐다.
 
학생회 측은 "이사회 측이 연규홍 총장 선출 과정에서 8차까지 표결에 붙이는 밀실회의를 진행했다"며 "이는 민주적 학교 운영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한신대 신학생 33명이 지난 13일 총장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뽑혔다며 집단 자퇴서를 제출했다.ⓒ데일리굿뉴스

신학생 33명 집단 자퇴, 동문까지 발벗고 나서

연규홍 총장의 선출 후 한 달 되는 시점에 사태는 급변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이번 달 9일에 자퇴를 결의했고 13일에는 33명이 자퇴서를 제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가르치는 신학교 교수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선출됐으며, 더 이상 이런 상황에서 한신의 신학을 배울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자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신대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한신대 동문들은 학교의 정상운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 지난 16일에는 한신대에서 한신대 신학대학 동문 200여 명이 기도회를 열었으며, 이날 자퇴서를 제출한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 악수해 주며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한신대 동문인 김수산나 목사는 “이날 기도회는 한신 공동체가 정상을 회복했으면 하는 선배들의 마음을 모아 진행됐다”며 “하루 빨리 학교가 기독교 학문의 요람으로서 제자리를 찾아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장 목회자와 교인 700여 명이 한신대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신대 이사회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한신대 신학과비대위 대표가 자신들의 요구서를 담은 의견서를 기장총회 이재천 총무에게 전달했다.
 
신학과 비대위 이신효 공동대표는 요구사항이 크게 3가지라고 말했다. 먼저 연규홍 총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고, 한신학원 이사회가 사퇴하고, 학내 구성원이 모두 보장하는 총장 추천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기자가 이에 대한 총회 측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총회 측은 일정 상의 이유로 대답을 피했다.
 ▲기장총회는 지난 20일 제102회 총회 속회를 진행하며 한신대 새 이사회 구성에 대해 협의했다.ⓒ기독교장로회총회

학원 정상화는 언제쯤?

일련의 사태를 묵인할 수 없던 기장 총회 측에서는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기장 총회는 지난 20일 제102회 기장 총회 속회에서 한신대 이사회의 재구성안을 결의했다. 총대들은 지난 101회 총회 때 기존 이사회가 전원 사퇴할 것을 결의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이사회에 대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이사회가 전원 사퇴하고, 각 노회에서 이사 한 명씩을 파송해 28인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사회가 정관 변경 헌의안을 제출했는데, 그 안에는 10월 31일까지 정관 개정에 대해 교육부 등에 승인받지 못하면 효력을 상실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로부터 정관 개정을 10일 내에 승인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겠다.
 
연규홍 총장은 지난 11일 담화문을 발표해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담화문에는 “진리, 자유, 사랑이라는 기독교 정신을 내세우는 한신에서 교수들은 반목하고, 학생들은 학교를 불신하고 있다”며 “한신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신뢰를 회복해 하나되는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신 공동체와 소통하며 학내 분규를 마무리하고 학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담화문은 신학생들이 자퇴하기 이틀 전인 11일에 발표됐다. 기자는 이와 관련한 총장 측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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