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국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북한에 장기간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미국으로 귀환하면서, 한국인 억류자 6명의 석방 여부에도 관심도 쏠리고 있다. 북한억류자석방촉구시민단체협의회 대표 김규호 목사는 "인권 문제와 인도적 사안을 희생시키면서 이루는 남북화해는 잘못"이라면서 "이제라도 억류자 송환과 납북자 생사확인 및 유해 송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민네트워크 사무실에서 김규호 목사를 만났다.ⓒ데일리굿뉴스


"우리 정부도 당당하게 북한에 억류자 석방 요구해야" 


현재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은 2013년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와 2014년 억류된 김국기 선교사 등 6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 및 인도적 지원활동을 하다 붙잡혀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김규호 목사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회담에서 납북 피해문제가 거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판문점 선언에는 6.25전쟁 납북자와 억류자 등 10만여 명의 인도적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김 목사는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억류자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실망스러운 굴종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남북 간 화해무드에서 납북자 문제가 소외된 것에 국내외 인권단체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청와대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조속한 송환을 요청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김규호 목사는 "억류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했다면 정부는 미국인 3명이 석방된 이후가 아닌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이 내용을 바로 알려야 했었다"며 "그랬다면 비록 억류자 문제가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가족들과 후원자들의 실망이 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 일본처럼 당당하게 북한에 억류자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도 억류자 송환 위해 더욱 기도의 힘 모아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1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된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인 억류자 송환 문제가 정식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규호 목사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김 목사는 "남북정상회담과 미국인 석방, 내달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인만 풀어주고 한국 사람들은 풀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송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억류된 김국기 선교사를 위해 만들어진 '김국기 선교사 후원회' 회장 강정식 목사 역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 목사는 "납북된 사람들을 위해 매일 기도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말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며 "정부도 애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쪼록 억류자들이 속히 집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어떨까. 선교사 가족들은 혹시라도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언론 노출이나 인터뷰를 꺼리는 상황이다. 김규호 목사는 "억류된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해서 더욱 기도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 후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집단 탈북한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사실은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 아니냐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는 것과 맞물려 한편에선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과 탈북종업원 13명의 맞교환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탈북난민 강제북송 중지 운동'을 15년 째 펼치고 있는 김규호 목사에게는 특히 우려가 큰 상황이다. 김 목사는 "탈북 경위를 철저히 재조사해 탈북종업원들의 의사를 확인해야겠지만, 만일 북송을 하게 되면 이들은 십중팔구 가족들까지 전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것"이라며 "정부가 정말 인권과 생명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맞교환은 안 되고 이는 납북자 가족들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탈북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남한에 온 사실이 맞고 이것이 공개적으로 알려진다면, 이 경우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정부가 남북 고위급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기획 탈북 의혹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기획 탈북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커지자,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탈북 종업원 북송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잘못된 보도"라며 북송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관련 방송 내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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