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UN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난민의 날, 제주도에서는 때아닌 난민 수용에 관한 논쟁이 일었다.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인들이 급증하면서 한국도 난민 유입 국가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난민 논의가 본격 대두된 상황에서 한국교회 역시 역할 모색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39%였고 반대가 49.1%로 더 높았다.ⓒ데일리굿뉴스

제주도 예멘 난민…찬반 논란 가열 
 
올들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 561명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한 상태다. 내전 현장을 탈출한 예멘 난민들은 주로 말레이시아를 거쳐 무비자 체류 지역인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데다, 관광 활성화 등을 이유로 '무비자 입국 제도'를 운영하고 있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도착한 예멘인들은 법무부 산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신청을 한 뒤, 값싼 숙소에서 쪽잠을 자며 난민 판정을 기다린다.

문제는 그 규모가 500명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재작년 처음으로 7명이 국제법상 난민지위 신청을 한 데 이어 지난해 42명, 올해 들어서만 6월 중순 기준 539명으로 대폭 급증했다.   
 
단기간에 난민 신청수가 늘자 '난민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도 더불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인도적인 차원의 포용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출신의 신분 불투명자들 입국은 치안을 불안케 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로 공방이 뜨겁다.
 
현재로서는 예멘 난민 수용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수용 찬성이 39%, 반대가 49.1%로 더 높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만 봐도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이 30만 건을 넘는 등 반대여론이 형성되는 중이다.  
 
크리스천들도 엇갈린 시선…"대립이 아닌 수용 필요"
 

"그 사람들 중에 IS나 극렬 이슬람주의자 테러리스트가 없다는 걸 누가 보증하나"
"여자나 아이 없이 건장한 남성들만 왔다.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같은 '난민포비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기류에 편승해 난민을 바라보는 크리스천들의 입장도 속속 올라오고 있는 데, 크리스천들 역시 두 가지 입장으로 갈린다.
 
우선 사회적인 여론에 따라 이들의 종교와 연결짓고 난민 자격을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일부 기독교 모임을 중심으로 "예멘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라 이슬람일 뿐"이라며 "이슬람이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네티즌들 또한 온라인 공간 상에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난민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점검 절차를 거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반면 타인을 포용하고 보호해야 할 '신앙인으로서의 의무'가 강조되기도 했다. 청어람 양희송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멘 난민 문제를 "성경의 가르침을 사회적으로 실천할 기회"라고 봤다. 그는 "타인의 호의를 베풀어 주기 위해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건 존재 자체에 대한 무례"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신앙과 윤리적 각성으로 나아가자"고 한국교회에 호소했다.
 
7명의 예멘 식구와 동거동락 중인 하현용 목사도 페이스북에 난민 지원을 요청했다. 하 목사는 "정부의 공식 지원이 없고 돈이 떨어진 예멘인들이 현재 홈리스로 살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먼저 드러냈다. 그러면서 "난민으로 갑자기 모든 터전을 잃은 이들이 다시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돕고자 한다"며 "이들을 가엽게 여겨 사랑으로 함께 포용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 난민 문제는 이제 모두가 집중하는 사안이 돼버렸다. 이 속에서 한국교회는 찬반논쟁으로 얼룩지고 있는 사회에 편승하기보단 더욱 깊은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할 때이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닌, 적절한 수용과정을 거쳐 세상 가운데 성경적 가치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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